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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카사진 - 한 롤 이야기

[Kodak Proimage100][Olympus OM-1] 한 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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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부터 한참을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지 않았었다.

인스타그램의 영향인지

찍고 바로 올리고 싶은 마음때문에

필름카메라는 자꾸 뒷전으로 밀리게 되었다.


요즘 해가 길어지면서 퇴근이 늦음에도 일몰을 볼 수 있는 시기이다.

그래서 가방에 필름카메라를 들고 다니다가

퇴근 후 동작대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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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역에서 동작대교로 올라가는 이 계단에 들어설때면

이미 이 날의 석양느낌이 감이 잡힌다.

이 날은 흐리지만 정적인 분위기가 참 멋질거라는 예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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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도시와 한강과 하늘을 구분짓듯

아래는 뿌옇게 빛이 없이 드리고

높은 하늘 위로 석양빛이 물들고 있었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참 오묘한 느낌이 든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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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대교에서 바라보면 보이는 63빌딩의 실루엣이 안개에 쌓여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그런 덕에 빛은 예상보다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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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하늘엔 푸른빛과 붉은빛이 구름과 섞여 참 예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녁 강바람을 맞으며 이런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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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나마

소심한듯

붉은 태양이

짙은 구름 사이로 내밀었다가 금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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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졌다.

해가 진 후 이런 색이 사라지는 모노톤의 하늘과 구름 풍경을 바라보면

참 오묘한 느낌이 들곤한다.

차가운 강바람과 함께 쓸쓸해짐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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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바로 전에 한강 유람선이 뜰때는

그 예쁨이 바로 전해지지 않다가

안개 자욱히 깔린 한강에 뜬 유람선 불빛이

참으로 예쁘고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이 날 찍은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언제 한번 저녁 유람선도 타보고 싶은데

사실 그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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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이다.

사실 전날의 기대는

비 온 뒤 맑은 하늘이라

멋진 구름을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었기에

바로 다음 날 다시 찾았다.

동작대교로 오르는 계단에서 바라보니

오늘 일몰이 참 맑고 찬란할 것 같은 느낌이 바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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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찬란하게 지고 있는  태양이

퇴근길을 비추며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기분이 상승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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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이 한계가 있는 것이

비슷한 사진을 계속 찍게 된다.

사실 몇 장만 찍으면 되는데

그 순간 순간의 아름다움에 취해 비슷한 순간을 계속 찍게 된다.

그래도 좋다.

비슷한 사진에 지루해져도 좋다.

반짝 반짝 거리는 하늘과 강을 물들이는 석양빛을 바라보는게 참 좋다.

그 순간의 마음을 물들이는 느낌은

같은 사진을 계속 찍는다해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퇴근 후 일몰에 그렇게 중독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