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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러 나가기 전에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이렇게 이렇게.
그렇게 컨셉을 잡고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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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잔뜩 흐린 날씨에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날씨였다.
기상 예보도 한두시간 후부터 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의 동네 장미를 찍어볼까하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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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결국 비는 오지 않았다.
비가 오지 않을 걸 알았다면
아마도 난 동네가 아니라
가까운 과천대공원 장미원에 가지 않았을까 싶다.
당일 날씨도 못맞추는 기상청 예보가 참으로 원망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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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학의천에 가서 바람 좀 쐬다가
근처 학교 담장에 핀 장미도 또 찍으며
그렇게 심심하고 가라앉은듯한 마음의 일요일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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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이다.
어제와는 딴판인
너무나 멋진 하늘이 오후에 잠깐 펼쳐졌다.
약 1시간 쯤 하늘은 구름으로 멋진 풍경을 그리고 있었고
때 마침 쉬게 된 월요일은
그렇게 운 좋게 멋진 구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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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천대공원을 혼자서 자주 가는 이유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넓고 사람 없고 한적함이
늘 지치고 있는 내 마음을 위로해준다랄까.
사진을 찍기 위해서 가는게 아니라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사진을 찍게되는 곳이기에
나는 종종 혼자서 사진기를 들고
과천 대공원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