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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 사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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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살면서 복잡한 일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위기라고도 한다.

큰 걱정은 없었지만

일상이 조금 불편한 시기, 그 때,

유일한 사진기라곤 허접한 야시카 토이디카 하나 뿐이었다.

자동초점도 안되고

플라스틱 렌즈가 달린

500만 화소의,

정말 장난감인 디지털 토이 카메라였다.


사진기라는 것은

욕심을 채우기에는 정말로 끝이 없다.

반대로 사진기라는 것은

욕심을 모두 버렸을 때

진정 소중한 사진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와 함께 사진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진실로 알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런데 사진이 찍고 싶다는 것.

그 때만큼 사진에 절실해져본적이 없다.

정말로 사진이 찍고 싶었을 때.

그 때 나에겐 장난감 토이디카 하나뿐이었다.

그 사진기로 찍은 사진인데

뭐 특별할 것 없는 흔한 길가의 개망초인데

지금 봐도 뭔가 묘한 느낌을 품고 있다.


고급 사진기의 쨍함과 선명함과 깔끔함이 아닌

거칠고 선명하지 않으며 제 나름대로의 그냥 느낌같은것인데

나는 그것을 '자연'스럽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분명 이 때 부터 나는 어떤 사진기로 사진을 찍든 욕심을 버리기 시작한 것 같다.

진짜 내 마음을 품은 나의 사진이만들어지기 시작한 때.


사진이란

모든 것을 담는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스러움을 담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늘 특별한 사진을 찍을수도 없고

모든 사람의 맘을 만족시키는 사진을 찍을수도 없다.

내가 느낀대로,

내가 말하고 싶은대로,

그렇게 담은 사진은 자신에게도 소중해지고,

다른이에게도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사진기와 사진의 기술이 디지털을 만나 하늘을 찌를만큼 발전하고 있는 요즈음,

나는 늘 쉽게 잊혀지고 쉽게 지나치고 쉽게 묵과해버리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내 주변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YASHICA EZ Digital F521


: 참고로 국내에 11대밖에 안들어 왔는데

1대는 내가 사서 아는 동생 줬고

1대는 내가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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