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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나는
생각없이 거니는
외로운 사람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이 가을에 나는
생각없이 거니는
외로운 사람이다.
그저 푸른 들판에 가을 바람 맞으며 내가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을 뿐이다.
내 주변이 너무 시끄럽다.
예쁜말, 착한말, 아름다운 사진만 만나고 싶다.
누가 어딜가고 뭘 먹었고 뭘 샀는지 관심이 없는데 다 보여주려하니
안볼수도 없고 그렇다고 언팔이나 차단할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스트레스받고 혼란스러운 건 바로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진만으로 만나고 싶다.
나 혼자 사진만 찍고 싶다.
듣기 싫은 말 듣고 싶지 않고
관심 없는 말 듣고 싶지 않으며
보고 싶지 않은 사람 억지로 보고 싶지 않고
보기 싫은 언행들과 마주치기도 싫다.
이래라 저래라 조언 같지도 않은 조언도 듣기 싫고
남 얘기 떠들어 대는 그 입가의 이기심이 싫다.
그저 나는 당분간 홀로이고 싶다.
어쩌면 혼자라는 건
가장 착한 사람과 만나고 싶은 마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주변은 너무나 시끄럽다.
그런 사람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가을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혼자 거니는
외로운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