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전,
동네 모임에서 한 이성을 알게 됐고
두세 번 술을 마시긴 했는데
알게 모르게 싸했다.
암튼 처음엔 서너 명이서 그 사람이 부르면 나갔는데
처음으로 내가 한 잔 하자고 한 날,
뭔가 진행이 잘 안 되면서 얘기가 질질 끌리더니
진짜 오전만 해도 팔팔했던 몸이 오후에 순식간에 감기가 밀려왔다.
암튼 그 사람은 뜬금없이 바빠졌다며 목요일 즈음 시간 날 것 같다더니 그 이후로 답도 없었다.
그래서 난 그 사람을 못 만나게 됐고,
동시에 한 달 정도 코, 목, 기침감기로 고생하다가
이제 몸이 좀 괜찮아졌는데,
오늘 출근 후 문득 소주 한 잔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그 사람이게 연락해 봤는데 몇 시간 후에 답이 왔다.
연말이라 정신없이 바쁜데 날 한 번 잡아서 알려달랜다.
그래서 이번 주 크리스마스 전에 함 보자고 보냈는데 역시 답이 없다.
근데 희한하게도
멀쩡하던 몸이 점심 먹고 난 이후부터 한 달 전 딱 그 증상과 똑같이 안 좋아졌다.
뭐지?
한 달 내내 감기로 고생했던 게 생각나고,
아니 왜 뜬금없이 갑자기 또 감기가 올라오는지,
일도 집중 안되고
짜증이 상당히 올라왔다.
퇴근하자마자 병원들러 약 받고
예약했던 머리 깎고,
뜨끈한 국밥을 정신없이 먹고 들어와서
약 먹고 딱 쉬고 있자니
생각이 들었다.
어라? 이거 이거~ 이 사람 만나면 안 된다고 내 몸이 온몸으로 거부를 하고 있는 건가?
잊고 있었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성형한지라 이쁘장은 했지만 말투나 첫인상이 왠지 모르게 싸했고 불쾌했던 그 사람.
나한테 내뱉는 말들마저 첫 만남임에도 너무 무례했고 불쾌 그 자체였었는데
이게 너무 싫은 것들이라 당시에는 머리가 억지로 무시하고 잊으려 했던게 아닐까 싶다.
이런 사람인건데 그냔 술자리니까 무시하고 함께 했었지만,
실상은 몸이 최선을 다해 그 사람을 못 만나게 반응하고 있는게 아닐까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음...
어쩌면 만나면 나만 해로워질 사람을
나도 모르는 사이 본능이 작용해
온몸으로 거부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두번째 반응인데 이것마저 내가 또 무시하면 다음전은 없다는 듯 강하게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느낀다.
반나절만에 아무 이유없이 한달 전 증상과 똑같이 감기가 또 찾아왔다.
대부분 감기는 면역이 생겨 몸을 혹사시키지 않는 한 한달만에 또 걸리진 않을진대...
그 사람은 술자리 외에는 만날 이유가 없다.
감기가 오면 술은 마실수가 없다.
난 지금 뜬금없이 감기가 몰려왔다.
.
.
지금까지 모든 말이 말도 안 되는 억지 생일지라도
난 이 직감을 믿기로 했다.
심심하거나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면 안 되는 걸
이미 여러 번 겪으며 다짐다짐했건만 늘 까먹고 반복이다.
이젠 진심 몸이 반응해 그만하라고 극구 말리고 있는 느낌이다.
.
한 달 만에 또 감기 시작이다.
참고로 그 사람한테서는 오전에 보낸 문자에 여전히 답이 없다.
다행이다.
며칠 남지 않은 올 한 해,
몸조리나 하며 조용히 보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