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숏츠와 릴스 때문일까?
잠시도 멈추지 못하고 넘어가고 넘어가는 순간들의 연속을 즐거움이라 인식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심화됐을 뿐 없던 현상이 새로 나온 건 아니다.
사진을 꾸준히 찍어보면 안다.
순간순간이 아닌,
조금이라도 멈추거나
조금만 더 기다려봐야
그제야 본연의 아름다움과 마주할 수 있다는 걸.
근데 이게 사진 촬영의 입장에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부터
찍고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게 됨으로 인해
사진 결과물의 질은 오히려 하향화 된 것 같다.
쉬운 말로,
디지털 사진은 ‘이 정도면 됐다’라는 걸 직관적으로 결론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멈춰보고 조금 더 기다려보며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절정의 아름다움과 마주할 여유가 필요하다.
위 예시 사진을 이야기해보자면,
호수가 길 다리 위를 걷다가
물 위의 반짝거림이 이뻐서 놓칠세라 바로 자로 몇 장을 찍고 나서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싶었지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다.
그리고 멍하니 바라 보고 있자니
눈부신 반짝임 뒤에 숨어있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물이 약하게 찰랑거리는 게 보였고
그 위로 나무 반영이 비추고 있었음이 보이기 시작했고
고요함이 몰려오며 흑백 시선도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기다렸다.
반짝임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한가득 반짝이는 순간이 찾아왔다.
단 한 번 셔터를 눌러 사진에 담았다.
최고의 순간이었고
나는 이 날 중 가장 아름다운 햇살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사용한 카메라와 렌즈는
최신 미러리스도
성능 좋은 비싼 렌즈도 아니다.
올림푸스 E-M5는 2012년에 출시 한 미러리스 초기 카메라고
사용한 Lumix G Vario 45-150/f4.0-5.6 렌즈는
2012년도에 발매한 가장 저렴한 보급형 망원 줌렌즈이다.
최신 고성능 카메라여야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디지털카메라의 기본 성능은
풀프레임 카메라 기준 800만 화소만 돼도 충분하고
조리개와 셔터, 감도를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으면 된다. 이걸 Manual Mode라고 한다.
수동모드가 아니면 노출 보정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스폿 측광이 되는 카메라면 된다.
물론 카메라와 렌즈는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 기준은 달라지겠지만,
일상 사진용으론 위 기능들만 충족하다면 못 찍을 사진은 없다.
생각해 보자.
50년 60년 전에 나온 필름 카메라로도 모든 위대하고 멋진 사진들을 잘만 찍었다.
비약이 심한 비유이긴 하지만 부정하긴 어렵다.
결론적으로 사진은,
카메라 성능으로 찍는 게 아니라
찍는 사람의 성능?으로 찍는 것이다.
성능이라는 건,
잠시 멈출 수 있는 성능,
기다릴 줄 아는 성능,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성능,
이 성능만 갖춘다면
이제 사진은 당신의 감성으로 찍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위 사진엔 또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건 바로
기술이 아닌 감성이다.
누구는 태양빛을 ‘빛’으로 받아들이고,
누구는 그것을 ‘햇살’로 받아들인다.
위 사진은 ‘빛’이 아닌 ‘햇살’ 사진이다.
만약 저 풍경을 ‘빛’으로 담으로 했다면
애당초 흑백은 제외됐을 터이고,
이미 첫 사진으로 스쳐 지나갔을 사진일 테다.
하지만 ‘햇살’로 바라본 순간부터 나는 이미
반짝거리는 햇살과 하나가 되어
어릴 적 가장 따스했던 순간을 떠올렸으며,
이미 마음속엔 어릴 적 감성에 빠졌던
피아노곡의 배경 사진이 만들어지며,
이건 기계적인 사진기의 조작으로 샷을 담는 게 아닌,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감성을
사진이라는 정지된 영원 속에 담는 그런 의미가 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성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내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사진에 담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면이 또한 사진의 매력이다.
같은 곳을 수십 번 가도 늘 느낌이 다르다.
사진도 그렇다.
유행 따라가고 자극적이고 인기 있는 콘텐츠가 감성이 되진 못한다.
결국 사진은 내 마음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고
사진은 그렇게 공유될 때 비로소 내 사진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