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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흐린 날 빈티지 디카 산책(Olympus SP-350)

 

어제 한 위내시경 결과가 나쁜 나머지 순식간에 밀려온 우울감에 둘러싸여 있었고

날씨마저 하루 종일 비가 내리니 우울감은 더욱 심했다.

그리고 내일 장내시경도 예약되어 있었다.

불안감과 우울감이 함께 나를 지배하면 식욕도 사라지고 의욕도 사라진다.

사실,

비정형 치통으로 이미 몇 년 전 장기간 겪어본 증상이었기에 당혹스럽지는 않았지만

불안감까지는 떨쳐낼 수 없었다.

정오가 지난 후 비가 슬슬 멈추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빈티지 디카 하나만 챙겨서 어떻게 어떻게 밖을 나선다.

딱히 갈 곳은 없었지만

안되면 늘 가는 서울대공원이나 걷고 올까 했지만

전철 안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약간의 의욕이 오르기 시작해서

곧장 이촌한강공원으로 향했다.

몸은 가볍지만 마음은 상당히 무거운 산책을 해본다.

사진은 모두 찍은 사진 그대로이며 후작업은 하지 않았다.

 


 

이촌역에서 내려 이촌한강공원으로 가는 길.

마음이 편안해지는 골목이다.

 

 

 

 

 

 

 

이촌한강공원의 명물, 미루나무 풍경이다.

언제 보아도 마음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듯 시원해진다.

 

 

 

 

 

 

 

 

역에서 도보로 10분에서 15분 거리.

한강이 좋은 이유는 접근성이 좋고

한강엔 늘 쉼과 같은 공원이 함께 한다는 것.

서울시민은 아니지만

쉽게 한강을 보러 갈 수 있음이 좋다.

 

 

 

 

 

 

 

이촌한강공원의 산책로는 이제 러닝용 길이 되었다.

몇 해 전부터 붐을 이룬 러닝.

아마 나도 한강 동네에 살았다면 러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나 좋은가.

한강을 끼고

나무길을 따라 러닝을 할 수 있음이.

 

 

 

 

 

 

 

산책길을 쭉 걷고나서 돌아왔는데 시간이 아직은 저녁이 아니어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동네에서 참 좋아하는 길이다.

작년에 가지치기를 했음에도 어느새 나뭇잎으로 우거졌다.

 

 

 

 

 

 

 

 

 

동네에 철쭉이 많이 피어 있어서 천천히 걷기 참 좋다.

이제 꽃계절은 가고 여름이 올 듯 하다.

 

 

 

사진은 사실 빈티지 디카일수록 밝기나 톤보정을 하는 게 더욱 보기 좋아지지만

빈티지 디카가 된 시점에서 그럴 거면 굳이 빈티지 디카를 쓸 이유가 없다.

사진이 어두워도, 혹은 밝아도, 그리고 삐뚤어져도,

그것은 그것 나름의 지금의 시대사진 스타일이다.

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최신식 카메라와 빈티지 디카 사이에 차이는 사라져 간다.

오직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사진기로써의 가치가 생긴다.

사진은 사진기를 들고 찍는 것이다.

최신 사진 기술도 사진을 찍는데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사진기는 노출과 구도를 통해 내가 담고 싶은 것을 담을 수만 있다면

더 필요한 기술은 없다.

단지 내가 셔터를 누르고 기억될 사진을 한 장 한 장 담아간다는 것.

매우 우울하고 불안하고 기운 없던 비 내리던 흐린 날의 내 기억은

이렇게 몇 장의 사진들도 또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일 있을 장 내시경을 미루기로 했다.

위내시경을 받은 동네 병원의 느낌이 너무 안 좋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굳이 그곳에서 장 내시경까지 받지 않기로 결심하고

전에 계속 진료를 받았던 큰 병원에서 다시 예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 나니,

불안함과 우울감이 꽤 많이 사라지고 있다.

어쩌면 위내시경 결과 때문이 아니라

해당 병원의 불쾌함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 일 수도 있었겠다.

내일도, 모레도 쉰다.

내일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휴일을 즐길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