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 나름의 심적인 힘든 시기에 잠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사진이 중요한가?'
그래서, 있던 카메라를 다 팔아버렸다.
그리고 지인의 카메라로 필요할 때 찍곤 했는데 그게 벌써 반년이 다 되간다.
최근 카메라가 없다. 지금까지.
사실 '욕심'에 어떤 카메라를 살까 이리 저리 뒤져보곤 했는데
어는 순간 다시 떠올랐다.
'사진이 중요한가?'
그래서 사진기에 얽메이지 않기로 했다.
카메라 없이 지낸 시간이 몇 번 있었다.
있어도 찍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사진기' 없이 생활한 것도 절반가량 되는 듯 싶다.
오늘 간만에 아는 형님이 운영하는 약국에 들러서 이런 저런 소일거리같은 사진 얘기를 나눴다.
그 형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사진에 얼마나 헛된 '욕심'을 가지고 생활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내심 창피했다.
한참을 얘기하다 가려하니 형님이 말한다.
지금 빨리 가서 찍어. 오후 4시. 저 봐라, 저거 찍어라. 폰카로 빨리 찍어. 금방 해진다.
창피함은 사라지고 즐거워진다.
'내가 그래도 사진 좀 찍느 사람인데 카메라도 없다'라는 생각에 사실
날 알아보지도 못하는 주변사람들을 의식하곤 했다.
형님은 그런다. 카메라는 조리개랑 셔터스피드만 조절할 수 있으면 된다고.
자동 카메라는 그 수고를 덜어주니 얼마나 편하냐고.
그 형님을 제외하곤 내 주위엔 온통 DSLR 타령뿐이었다.
고급 카메라, 그 형님은 무거운 고급 카메라가 이젠 손목이 안좋아져서 못가지고 다닌다고.
그래서 가벼운 필름 똑딱이가 너무 좋다고한다.
눈에는 보인다.
저걸 찍으면 참 좋은 사진 나올텐데라고...
허나 폰카를 꺼내서 찍는게 창피했던 경우가 참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지나가고 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으면 찍었다.
참 미련하기 짝이 없고 그런 내가 창피하다.
얼마나 '욕심'을 부렸던가?
'안좋은 카메라는 없다.'
그 형님이 항상 하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근 몇 년간, 국민노출이라는
F11에 1/125초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런 사진이 없다는게 문제된다는게 아니라
얼마나 욕심이 과했고 그걸 얻을려고 얼마나 또 욕심을 부렸던가.
사진욕심, 사진기욕심, 그리고 또 욕심, 욕심, 욕심...
즐기지도 못하고 욕심만 채우려 찍어댔던 시간들이 아쉽기만하다.
7~8년 전, 아무것도 모르던 나에게 첫 카메라가 손에 쥐어졌을때
그 사진들을 다시 꺼내보니 이제 알겠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순수함을 즐길 줄 알았던 그 때의 내 눈빛을 되찾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