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회사일정 때문에 유일하게 맘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날이 일요일인데
2주째 비가 내리니깐,
오기가 생긴다.
비가 와도 카메라 어깨에 메고 무조건 나가자.
그래서 나가니 비는 사실 문제가 되진 않았고 오히려 더욱 좋았는데,
문제는 돌풍이었다.
바람에 몸이 휘청거릴정도로 불어대니 춥기도 추워
찍은 사진에 맘도 놓이고해서 미용실도 가고 떨어진 화장품도 사러가고,
그러고 나니 슬슬 해가 뜬다.
해가 뜬다.
즐거움이 벌써 가슴을 뛰게 한다.
신나게 사진을 찍어본게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좋은 사진?
남들이 좋다고 진심으로 칭찬하는 사진을 찍었을 때도 물론 좋지만,
지금은 내가 찍은 사진이 한 장 두 장 생긴다는 것, 그 자체가 좋은 사진이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많은 감정을 품고 소나타를 즐기듯 가을산책을 해보았다.
따뜻한 캔커피도 오늘따라 더욱 맛있었고,
높은 산에 올라 마음을 다잡은듯 지친 가슴도 풀어져 기분도 한 결 나아졌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은 겨울로 접어들것만 같다.
추운 겨울, 차가워지기 쉬운 마음이다.
겨울이면 귤이 생각난다.
어릴 적 귤 한 박스를 따뜻한 아랫목에서 까먹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말 맛있고 행복했다.
올 겨울은 가슴이 차갑게 식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