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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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누군가와 같이 함께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혼자 다니는게 여러모로 편하다.
일주일에 한두번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서
물론 사람들과의 즐거움도 무시할 순 없지만
사진 느낌이 좋은 날에는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늘 주어지지 않고 늘 모자라고 모자라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함께 찍는 것 보다는 혼자 찍는 것이다.
시간이 정적으로 흘러갈수록 사진은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변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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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어딘가는 참 좋을거라는 생각을 접은 지 오래다.
내 주변에 참 좋은 곳이 있는데
그 많은 인파에 섞여 가을사진을 찍으러 간다는게 이제는 큰 재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사진보다 사람만나는 걸 더 좋아했다면 모를까
여전히 나는 근처 풍경을 차분히, 조용히,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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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볼 수 있는 단풍이란 것에 끌리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유난히 노란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을만큼 아름다운 시기는 없다고 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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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이 울긋불긋 뭉개구름모양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을 정말 좋아한다.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이 시간과 장소에 머물 수 있음에 편안함을 느끼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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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는 달리 가을은 늘 위를 바라보아야 하는 수고를 더한다.
나무를 이렇게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때가 지금 말고 또 언제일까.
햇살에 투명하게 물든 단풍빛이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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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꼭 한 번 들르는 곳이
과천 대공원 산림욕장 길이다.
이 길을 걷다보면
유일하게 사진으로만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곳이란 걸 느낀다.
사진은 천천히 걷는 발걸음과 닮아서
조바심도 걱정도 없이
편안히 사진과 산책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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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걷다보면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을 지나쳐 보게 된다.
다들 비슷하다.
비슷한 마음과 비슷한 기분으로
조용히 더불어 맑게 가을 숲길을 산책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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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대공원 산림욕장길을 천천히 돌면 대략 4시간 정도 걸린다.
사진도 찍고 잠시 쉬기도 하며 시끌벅적함을 벗어나 조용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산림욕장길.
그 안에서의 4시간은 달콤한 낮잠을 잔 느낌이라고나 할까?
많이 걸었음에도 피곤함도 몰려오지 않는
작은 자연이 주는 신선함은
올 해 가을도 사진기와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