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첫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이었고,
그걸 왜 추구하지 않고 사진의 늪에 빠져 다른 것만 추구하며 지냈는지 고민해봤고,
왜 사진은 결국 혼자 찍을 수밖에 없는건지,
왜 일상을 사진으로 함께 나눌 동료같은 취미 사진가가 없을 수밖에 없는지,
그 간의 고민들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는 2020년의 첫날.
사진만으로 사람을 만나기에는 사진판이 다 거기서 거기였고 그 안에 사람들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모두가 자기 틀에서 벗어나오려 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고
굳이 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
그런 사진 사람들을 떠나서,
사진이라는 도구를 떠나서,
사람간 만남에 있어서는
도구나 수단 없이 만남 그 자체가 즐거울 사람들과 인맥을 추구해볼 것이고,
그 사람들은 내가 사는 동네 주변이 될 것이다.
사진 일상만 생각해본다면 본디 사진은 혼자 찍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 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
내 사진을 누가 대신 찍어주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 한다고 해서 내 사진찍기가 더 즐거워지지도 않는다는 것.
하다못해 주변에 아직도
여자 없으면 사진 못 찍고 남자들만 있으면 사진 안찍는 사람까지 보고 나니
사진 찍는 사람에 대해 남아있던 정도 다 떨어진 2019년이었다.
그렇다고 그런 모습들에 화까지 나는 건 아니었다.
애시당초 바라는 모습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더 이상은 보기 싫을 뿐 별거 없다.
2020년은 거의 10년에 걸쳐 활동한 서울 사진모임 생활을 천천히 접어가며
다시 내 일상 속 사진으로 돌아오는 한 해가 되려 맘 먹었다.
떠난다는 의미가 아니라서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가 맞다.
돌아온다는 것은 즐거운 일.
이렇게 다시 내 사진을 찍으며 어제와 이어진 오늘을 시작한 2020년 1월 1일, 첫 날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