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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카사진 - 한 롤 이야기

한 롤 이야기 [Kodak Portra160][Olympus 35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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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일로 첫장이 찍혀서 나왔다.

필름 사진을 찍으면서 첫장(탄 필름컷이라 부른다)은 거의 생기지 않는데

오랜만에 첫장 탄 필름이 사진이 되어 나왔다.

대신에 마지막 한 장은 날라가 버렸다.

아쉽지만 멋진 구름이 정말 붉고 아름답게 물들던 노을빛 하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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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극성이라 사진 모임 출사가 모두 멈추어버린 상태이고

날도 꽤나 추웠던 토요일였다.

오전일을 바삐 마치고 점심을 먹고나니 3시가 조금 넘었다.

이럴 때 가까운 곳에 과천대공원이 있다는게 나에겐 사진으로 큰 위로가 되는 장소이다.

겨울이고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고 이 날 유난히 춥고 바람도 거세서 사람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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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듯한 느낌의 파란 하늘과 구름의 조화로운 날이었다.

그래서 하늘만 찍으며 호수를 한 바퀴 돈 것 같다.

이 날은 작고 가벼워서 늘 가기고 다니는 필름 카메라 Olympus 35RD에 오랜만에 컬러필름을 넣었다.

Ektar100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큰 날이었지만

밝은 햇살 아래에서 Portra160도 나름 개성있게 잘 나온다.

Ektar100을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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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us 35RD는 노출보정이 없기 때문에

역광에서 노출 편차를 정확히 잡아서 찍는게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iso 조절로 상황에 따라 찍곤 하지만

노출고정도 없고 측광도 전체평균측광이다보니

뭐 거의 답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스팟측광이 되는 필카가 아쉽긴 하지만

들고 다니기엔 SLR은 너무 크고 무겁다.

그래서 결국은 다시 35RD를 들고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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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에 자주 많이 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장소 때문이다.

나의 사진 초창기 시절,

더불어 필름으로 처음 사진을 찍던 시절,

이 곳에서 찍은 지인들 사진은 늘 기억이 아니라 마음속에 담겨있다.

그 좋았던 느낌, 그 날의 순수함이랄까?

그래서 이 곳에 들르기 위해서라도 과천대공원엘 굳이 또 온다.

그리고 뷰도 좋고 조용하기도 하고 사람도 많이 몰리지 않아서 숲 속 전망 좋은 호수가 뷰에서 쉬는 느낌 또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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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구름 한 번 못 본 사람처럼

구름만 보며 맘에 들면 찍고 또 찍었다.

아, 이거 비싼 필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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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과천 대공원 산책로가 암암리에 존재했었다.

뷰포인트도 암암리에 정해져 있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산책길였는데

그러다가 3~4년 전 쯤인가

인스타그램이 대유행의 정점을 찍을 무렵

몇 몇 포인트에 사진 찍기 좋은 곳 푯말이 한두개씩 세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굳이 포인트를 찾아 찍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무감각했었는데

포인트로 지정된 곳 사진이 나에게 그 동안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

이 곳도 그렇게 일명 '호숫가 산책로'로 형성 된 곳 중 하나다.

내가 이 곳을 지나며 찍은 사진은 계절용, 혹은 월별로 몇 년 간의 사진이 있다.

사실 이제 나에겐 사진 찍기엔 식상한 뷰가 되었다.

여기 포인트는 배경이 좋아야 하는데

배경이 좋은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정말 운이 좋아야 뒤에 구름이라도 지나간다.

이 날은 구름이 있어서 또 한 장 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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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한다.

구름이 있으면 구름 사이로 곧게 퍼지는 빛의 느낌이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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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즈음 사진이야 사진을 찍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급 많이 찍게 된다.

필름으로 찍기엔 '남발'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래서 오랜만에 그 동안 사 놓고 안쓰던 유료사진앱들로 이리저리 찍어본다.

최근 들어 참 안타까운 건

1~2년 전부터 뒤에 아파트가 들어서는지

공사중인 높은 건물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그냥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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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드는 석양빛이 마음을 또 흔들어 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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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겨울, 아님 꽃샘추위 바람이 어찌나 거세고 춥던지

그만 찍고 갈까~라는 생각만 하면서

그래도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기다려본다.

손이 얼어서 폰카로 찍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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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저녁 해질 무렵에 대한 기분이 축 쳐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익숙하고 금방 돌아갈 수 있는 곳에서는 그 증상이 덜하고

일몰빛마저 아름다우면 사진에 정신이 팔려 잠시 잊기도 한다.

이 날이 그랬다.

난 그런 이유로 흐린날을 정말 싫어한다. 말수가 없어질만큼 표정도 마음도 축 쳐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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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을 사진 찍고 와서

사진 보고

새롭게 공개된 '킹덤 시즌2' 몰아보기 하다가 늦게 잤더니

다음날 너무 피곤하다.

게다가 전날 토요일 공적 마스크 까지 산다고

얇은 옷만 입고 밖에서 꽃샘바람에 1시간을 떨었더니

몸살기운도 살짝 오는 느낌.

그러나

일요일 날씨는 예상외로 너무나 좋다.

같이 사진 찍으러 다니는 분과 신나는 마스크 출사를 떠나본다.

군대 다녀온 이후로 그쪽은 쳐다도 안본다는 곳이었지만

그곳에 산수유가 있거늘,

안갈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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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찍을 것인가

산수유를 찍을 것인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람이 밀집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는 건 안경 낀 나에겐 매우 불편한 일이다.

야외이기도 하고

바람도 잘 불고

사람도 그닥 많지가 않아서

마스크를 벗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수유와 뭉개구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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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날 거의 다 찍어가는 필름이라서 한 롤을 더 챙겨 갔지만

뭐 한게 있다고 급 피곤해지는지ㅡㅡ;;;

같이 간 분의 서치능력으로 바로 커피숍으로 샤라락!

 

막상 가보니 정말 맘에 쏙 드는 커피숍였다.

다만, 우리 빼고 모두 어린 커플들 뿐이었고

우리가 들어오고나서 대기까지 설 정도로 이 곳에선 유명한 곳인가보다. 커플들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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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진에 대한 생각이 많다.

코로나19 와중이기도 하고

조심하고 자제하고 불편을 감수해야할 것들이 많아

막상 모이기도, 떠나기도 힘든게 취미사진인들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언제나 답은 있다.

밀폐된 공간이나 사람들이 밀집한 곳에서는 마크스를 꼭 쓰자.

사실 커피숍도 안가기로 했지만

길에서 쓰러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쉬러 가는 하는데

그래도 외부에서 저녁 식사는 거르고 바로 헤어지고 있다.

한 동안 계속 이럴것 같지만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사진의 욕구는 있겠지만

불편해도 자제할만큼은 자제하고

불편해도 최소한으로 다니면

마음껏 대화 나누며 사진을 찍으러 다닐 수 있는 날이 다시 올거라 믿는다.

 

힘든 시기를 걷고 있는 한국인, 그리고 전 세계인 모두

가짜 뉴스를 멀리하고

순수하고 착한 행동과 마음들이 인정받는,

이기심과 욕심을 조금씩 더 내려놓고,

늘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로 삼으면 좀 위안이 될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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