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과천매봉을 오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조용한 숲 속에서 흑백사진을 찍고 싶어서 숲으로 향한 것 뿐이었다.
길 한 번 쉽게 봤다가 탈진하고 내려 온 날.
처음은 좋았다.
마음에 들었다.
좋았던 건 여기까지이다.
이 다음부터는 지옥이었다.
산 속에서의 1.6Km는 평지에서의 5~6km 즈음으로 느껴졌다.
오르고 올라도 나오지 않는
가도 가도 600mm, 600mm,600mm.
가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다.
가져간 카메라가 하필 DSLR에 렌즈도 무거운 것들.
패딩은 고사하고 반팔을 입고 싶을만큼 땀이 비오듯.
겨울산은 절대 안 오르는 걸로.
이 후로 카메라는 고사하고
폰카로도 사진 찍을 정신이 없었다.
도대체 과천 매봉 전망대가 어디 있는지, 이 놈의 600mm 푯말은 왜 이리 반복되는 느낌인지,
오르고 올라도 끊이지 않는 계단길마저.
그저 땅과 앞만보고 걸을 뿐.
드디어 과천 매봉 전망대 도착.
과천매봉 전망대에선 그냥 대자로 뻗고 싶었다.
내가 즐겨 돌던 과천 서울 대공원이 한 눈에 다 보였다.
엄지 손톱만한 저 곳이 늘 다녀도 새롭다는게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물 마저 다 떨어지고
당도 떨어지고
빛의 속도로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