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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흑백사진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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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거의 없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색채감에 사람들이 더 이끌리기에,

그리고 흑백사진이 심어 놓은 전통적인 이미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흑백사진은 뭔가 의미가 있고 어렵고 고리타분하기도 하며 예스러운 느낌이랄까?

사실 그렇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사진인 일부가 심어놓은 고정화된 흑백사진에 대한 인상  때문에

다큐멘터리스럽고 뭔가 좀 탁한 느낌을 먼저 받는 듯하다.

 

내가 사진에 빠져든 계기는 흑백사진이다.

처음 흑백사진을 접한 건 디지털 사진기가 나오기도 전에

영화를 통해 흑백 느낌에 빠져버렸었다.

어릴 적부터 개인적으로 영화의 길을 밟았던 터라 흑백 고전영화를 남들보다 더 많이 접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흑백이라는 것에 큰 거부감도 없었던 것 같다.

흑백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버리게 했고 정말 매력적이라 느꼈던 영화는 '그랑부르'이다.

 

어쨌든,

거두절미하고 흑백사진의 매력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빛이 주는 놀라움을 일차원적으로 느낄 수 있고 더불어 컬러사진보다 더 놀라운, 빛과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사진은 빛이다.

빛은 명암과 색을 만든다.

이 중 명암은 흑백사진에서 가장 큰 매력이다.

빛의 방향과 세기, 그리고 그 단계별 농도에 따라 사진은 눈으로 보던 세상과 다른 또 다른 차원의 신비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 준다.

컬러의 세상을 흑백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단순히 흑백으로 변환된 이미지가 아니라

같은 피사체도 너무나 다양한 느낌의 흑백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하나의 컬러 장면도 수십수백수천 가지의 서로 다른 흑백사진으로 표현될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모두 빛을 담는 흑백사진이 주는 엄청난 첫 번째 매력이다.

노출과 피사체를 바라보는 방향, 심지어 후작업에서도 컬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

흑백 필름 사진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그레인'.

그레인은 디지털 사진에선 '노이즈'와도 비슷한데 사실 전혀 다른 것이다.

필름 사진에서 그레인은 필름마다, 현상 방법마다 다른 느낌의 그레인이 의도적으로 결과물에 나타난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에서 '노이즈'는 디지털 이미지의 에러인 부분일 뿐이다. 빛을 전자기적 신호로 전환하는데 생기는 디지털 노이즈인 것으로 필름의 그레인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어쨌든, 이 필름이 주는 그레인은 흑백사진의 백미와도 같다.

디지털이 후작업으로 전혀 흉내 낼 수 없는,

빛과 화학작용에서 나타나는 제각각의 패턴이나 규칙이 없는 이 필름 그레인은 또한 필름마다 나름의 그레인을 지니고 있어 어떤 필름을 어떻게 촬영하느냐에 따라 또 다르게 나타난다.

디지털에서는 이 필름 그레인을 계속 흉내 내 보고는 있지만 여전히 어색하고 인위적이다.

그만큼 필름 그레인은 필름 사진만이 지니는 매력 그 자체이다.

흑백사진은 단순한 흑백이 아니라 이 필름 그레인까지 포함해야 할 만큼 필름 사진의 일부분이다.

컬러필름에도 당연히 그레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흑백 필름은 그레인이 흑백사진 그 자체일만큼 소중한 현상이다.

그것을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는 흑백사진의 매력은 깊이를 더해간다.

 

 

 

 

 

셋째,

흑백 필터.

흑백 필름을 촬영할 때 렌즈 앞에 흑백 전용 색상 필터를 쓰곤 한다.

흑백 필터는 보색 대비를 이용해 흑백사진을 더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Red, Yellow, Blue, Green필터 등을 이용한다.

이는 흑백 필름 사진뿐만 아니라 디지털 흑백사진 촬영 시에도 내장된 기능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쉬운 예로 같은 맑은 날 파란 하늘이래도 

필터 적용 없이 그냥 찍은 사진과

Red 필터를 적용하고 촬영한 사진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파란 하늘일수록 Red필터를 끼우면 어두워진다.

더불어 사진 전체적으로 콘트라스트가 올라간다.

인물 촬영에서도 어떤 필터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느낌의 사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당연히 흑백사진에서만 즐길 수 있는 기능이며

컬러사진에서는 적용이 불가하다.

컬러사진과는 전혀 다른 영역의 흑백사진에서 피사체를 표현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니깐 촬영자의 의도에 따라 정말 많은 다양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넷째,

노출.

색을 흑백으로 표현하면 색이 가지는 자체 노출을 알면 정말 매력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18% 그레이를 노출 0이라고 할 때,

노란색, 밝은 녹색 등은 각자 노출이 + 쪽으로 측정이 되고,

붉은색, 짙은 녹색, 보라색 등은 반대로 자체 노출이 - 쪽으로 측정이 된다.

그러니깐 흑백사진을 찍으면 그냥 단순히 흑백으로 찍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색이 가지는 자체 노출값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 노출을 맞추고 찍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이 나온다.

화사한 느낌의 밝은 톤 일지

어두운 톤의 무거운 느낌의 사진일지는

흑백사진에서 어떤 색에 노출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하는 데 있어 기본이 되는 지식이 존 포커싱인데

존 포커싱만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만도 두꺼운 책 한 권 읽어야 할 정도로 

흑백사진에서 노출이 주는 다양성은 엄청난 매력이다.

 

 

 

 

 

다섯째,

빛과 시간을 담는 상상의 색, 흑백사진.

우리는 일상에서 늘 빛과 시간과 함께한다.

당신이 사진기를 들고 있는 모든 순간이 빛과 시간의 연속이다.

그것을 정지된 순간으로 담는 영원이 바로 사진이다.

흑백사진은 말 그대로 흑과 백, 그리고 그 사이의 수만 가지 단계의 그레이.

우리에게 컬러는 너무 직관적이어서 서로 다른 빨간색도 그냥 빨간색으로 인지된다.

컬러는 일차원적이어서 컬러가 주는 아름다움에 쉽게 매료되기에 사람들은 컬러사진을 좋아한다.

흑백사진은 사진에 빛만이 존재한다. 색은 없다.

하지만 흑백사진을 계속해온 사람들은 흑백사진을 컬러사진보다 더 많은 색의 느낌을 지닌 사진이라 말한다.

보이는 색보다 상상하는 색이 더 넓기 때문이다.

흑백 사진 한 장에서 보는 이의 상상은 정말 많은 색을 상상해낸다.

컬러사진은 일차원적이어서 보이는 그대로의 색을 느낀다.

그렇기에 흑백사진이 주는 깊이감은 컬러사진보다 훨씬 깊다고 생각한다.

흑과 백, 밝고 어두움의 이분법적인 시선이 아니라

그 사이를 수놓은 수만 가지 단계의 상상의 그레이.

그것이 흑백사진에서 즐길 수 있는 풍부함이다.

 

 

 

 

 

마치며,

사실, 지금에 와서 흑백사진의 고리타분한 과거 방식을 추천해 주고 싶지는 않다.

디지털 사진으로도 흑백사진은 컬러사진과는 달리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이 많으며 여전히 흑백 필름을 구할 수 있다.

흑백 필름을 하던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자가 현상과 자가 인화를 해봐야 흑백사진의 매력을 완전히 느낄 수 있다고.

그런데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금 이 시대에 자가 현상과 자가 인화는 시대착오적이며

요즘의 사진의 의미와 용도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시대이고 폰카의 시대이고 SNS의 시대이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누구나 SNS에 스마트폰을 통해 사진을 올리며 공유할 수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사진의 기술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스마트폰의 폰카로 찍어서 잘 나오면 그만이다.

취미사진에 있어서도 요즘 미러리스 사진기는 그냥 누르기만 해도 잘 나온다.

이런 시대에

흑백사진은 역시 자가 현상이지! 자가 인화지! 하는 생각은 전혀 공감도, 관심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흑백사진의 매력을 굳이 작성한 이유는

여전히 디지털의 흑백사진은 초창기와 변함없이 밋밋함 그 단계이다.

불과 몇 년 전에 일부 카메라 제조회사에서 이제 막 디지털 흑백사진에 대한 촬영 기능을 넣었을 뿐이다.

디지털 흑백사진 촬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여전히 흑백 필름 사진을 즐길 수 있다.

가능하다면 흑백 필름으로 흑백사진을 찍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흑백사진을 뭐 비싸게 돈 들여서 찍느냐고.

그냥 컬러로 찍어서 흑백 변환을 하던가 대충 흑백 기능으로 촬영하지...

즉, 흑백사진은 싸구려 취급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인기가 없다.

하지만 사진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흑백사진은 사진의 시작이고 과정이고 영원이다.

너무나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기에 흑백사진의 참재미를 겪고 나면 늘 흑백사진을 찍고 싶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진을 찍을 때 흑백사진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흑백 필름 촬영을 강력 추천하고,

필름이 아닌 디지털로 느끼고 싶다면

디지털 후보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정말 다양한 흑백사진 변환법을 조금 배우면 충분히 흑백사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흑백사진은 컬러사진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컬러사진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컬러사진과는 다른 흑백사진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을 품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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