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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사진은 혼자 찍는 것이다 [Pe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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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지금 이 시기 내가 느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


나는 인스타그램이 처음 론칭되었을 때부터 이용한 유저이다.

그 당시에 인스타그램은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고

거의 개인이 론칭한 서비스였다.

한국에서는 이용자수도 많지 않았고

당시엔 정사각형 사진만 업로드 가능했고

한 게시물당 사진 한 장만 올릴 수 있었고

해시태그도, 글도 쓰지 않는,

오직 정사각형 사진만 올리고 좋아요만 누를 수 있었던 서비스였다.

 

그 당시 사진문화는 카페 동호회 문화였다.

그러니깐 대부분 취미 사진인들은 사진모임에서 활동을 했던 시기였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어떻게 혼출의 시대가 왔는가이다.

인스타그램이 안드로이드에도 론칭이 되고

얼마 후 facebook에서 엄청난 가격에 인수를 하면서

인스타그램은 급성장하게 되었으며 유저수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 시기에 SNS 문화가 세상을 이끌면서 사진모임 카페 문화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세대간의 배척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20대는 3040대를 배척했고

30대는 4050대를 배척했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삼삼오오 소수만이 모여 출사를 다니는 모습이 대세가 되었다.

그래서 과거 사진카페에서 활동하던 4050대들은 갈 길을 잃었다.

본인은 인스타그램을 꾸준히 해오면서 생각이 맞는 사람들과 간간히 출사를 다녔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사진 카페와는 달리 지극히 사적인 SNS 공간이다 보니

점점 내 사진 스타일과 다른 사람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이 최절정에 다다랐을 무렵, 코로나19 팬데믹이 왔다.

거리 두기와 함께 모든 사진친분활동을 멈추고 혼출만을 해오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여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쁜 여자, 벗은 여자, 몸매 과시만 된다면 팔로우 1k는 기본이고 10k를 넘는 파워 계정들도 대부분 여자들 계정이다.

한마디로 벗으면 벗을수록, 여자계정은 인기를 얻고 돈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주 가~끔씩 남자 사진 계정 중 파워계정들이 있긴 하지만 굉장히 극소수이고

조금만 인스타그램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 만날 수 있을 만큼 그 수는 적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사진계정의 대세는 인물사진 계정이다.

역시 예쁘면 예쁠수록, 벗으면 벗을수록 인기가 급속히 올라간다.

근데 한국은 유행에 굉장히 민감해서 어떤 사진 스타일이 유행하면 다 따라 한다.

그래서 현재는 그런 인물사진 계정이 주를 이루는 것이 한국 인스타그램의 현주소이다.

사진계정들을 떠나면 이 현상은 더욱 만연하다.

여자가 벗고 사진을 올리고 영상을 올리면 팔로워수와 좋아요 수는 당연히 따라오듯 어마어마하고

그게 돈이 되니깐 멈출 수가 없는 상황이고

대한민국 인스타그램의 모습은 본능적인 사진으로 도배가 된다.

그러니까 정작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섬과 같이 외로운 SNS 생활을 하게 된다.

 


현재 내 주변 3040 인스타 유저들을 보면 대부분 사진 생활을 멈췄거나

하더래도 혼자 사진을 찍으러 다니거나

5개 남짓한 작은 규모의 사진 모임에서 가뭄에 콩 나듯 출사가 이뤄지는 정도이다.



여전히 인스타그램은 예쁜 여자 찍어서 올리면 좋아요 1000개는 쉽게 받고

예쁜 여자, 가슴사진, 엉덩이 사진, 노골적인 노출과 야한 사진들을 올리면 팔로워 1k는 기본으로 먹고 들어간다.

인물사진들도 가관이다.

사진가가 이쁜 여자 찍어서 올리면 사진이 어떻든 무조건 인기 최고를 달린다.

어느새부턴가 인물사진은 다 비슷비슷한 사진으로 가득 차 버렸다.

딱히 잘 찍은 사진인지 모르겠지만 모델만 이쁘면 장땡이다.

이젠 모델사진을 떠나 여자 개인이 옷 벗고 온갖 셀프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며 난리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런 모습을 올리면 올릴수록 돈이 되니까.


나는 이런 것들에 질려서 인물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는 것을 멈추었다.

사실 찍지도 않고 있다.

이젠 인스타에서 인물사진들도 안 보고 있다.

오글거리는 콘셉트, 벗고 난리인 모델들, 억지스러운 연출 사진들, 아무 데나 세우고 모델 미모빨이 전부인 인물사진들,

적당히 봐야 볼만하지 매일매일 이런 사진들만 올라오니 질린다.

자연스레 다양한 사진들을 보기 위해 난 인스타그램을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지금 인스타그램은 주로 국내, 해외 필름 사진 유저들의 풍경 사진을 보는 도구로만 쓰고 있다.

이런 경향이 비단 나 혼자만의 현상은 아닐테다.

대부분의 사진에 관심 있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같다.

결국 예전처럼 모일 공간이 사라지고 개인 SNS만 만연해지다보니

모두가 떠돌이 신세인듯 하다.


혼출이다.

그런데 혼출이 그리 나쁘지가 않다.

지금 와서 보니 장점이 정말로 많은 게 혼출이다.

굳이 사람을 만나 얼굴 붉힐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고

자기의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으며 제약받을 일 없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무례한 사람들 만날 일도 없으며 세대차이로 외면당할 일도 없다.

그저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내 마음대로 찍을 수 있다는 것,

요즘 사회에서 혼출은 최고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굳이 사진 하는 사람을 만날 일 없이 친목 모임에서 즐겁게 만나면 된다.

사진이야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다른 공간에 올리고 공유해도 충분하다.

나 같은 경우 필름 사진 마니아이기에

국내보다는 필름 유저들이 많은 해외 유저들의 사진에 푹 빠져 있다.

그들의 사진 스케일은 나라(자연 공간)의 크기만큼이나 정말 다양하고 언제나 인상적이며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대한민국 사진 공간은 너무나 좁고 다양성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사진이 유행에 치중된 천편일률적인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이젠 보는 재미마저 없다.

이렇듯,

인물사진은 가족, 지인들 사진 위주로 찍고 있고 모델 사진은 전혀 찍지도, 찍을 생각도 없다.

또한 SNS에 올릴 생각 또한 없다.

사진의 의미를 생각하면

인기를 등에 업고 뭔가 이익을 추구할 목적이 아닌 이상,

혼출을 즐기면서 자기가 찍고 싶은 사진을 맘 껏 찍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없을 것 같다.

지금 대한민국 인스타그램 사진 계정들은 사진으로 돈 벌 생각뿐이다.

광고와 협찬이 난무하다.

이젠 사진촬영계정보다 모델계정이 더 인기가 높다.

왜냐하면 사진을 떠나 여자는 예쁘거나 노출만 조금 하면 팔로워수는 금방 1k를 찍을 수 있으니까.

여자들이 돈 벌기 딱 좋은 공간이 인스타그램이라는 결론이다.

한국 사진계정들도 유행처럼 그렇게 물들어버렸다.

그런 사진들이 내 눈에 사진으로 보일 리 없다.


이래저래 사진인들의 갈 곳이 사라진 지금,

다시 한번 생각한다.

사진은 혼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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