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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사진생활에 대해서 (Nikon D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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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듣는 소리,

매일 똑같고 비슷한 것, 자주 가던 곳에 가서 찍으면 지겹지 않아요?

.

아뇨, 매일 매일, 매 순간이 흥미로워요.

 

 

남 찍는 사진에 이래라 저래라 스스로 답을 정해놓은 질문 따위는 하지 말자.

무례하다.

 

 

사진의 가치는 정해진 게 아니다.

사진의 가치는 찍는 사람과 보는 사람에게 제각각 다른 의미를 가진다.

사진은 뭐 부터 해야 한다느니,

이런 사진은 이런 방식으로 찍어야 한다느니,

스스로의 인간적인 가치마저 버림받을 언어는 입에도 담지 말자.

자기가 찍은 사진에 가치를 부여하는 건 오직 사적인 영역이다.

어떻게 찍든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진 문제에 대해 관심조차 가지지 말자.

오직 사진, 사진의 가치에만 집중해 보자.

 

 

종종 듣는 질문 중에 또 하나는,

사진 관리를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핵심은 찍은 모든 사진 중에 필요 없는 사진은 다 지우고 어디에 저장하냐는 질문이다.

질문부터가 이 것 역시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 하는 질문 같다.

이런 질문을 너무 자주 듣는다.

지울 사진이 어디 있는가?라고 나는 반문하고 만다.

지울 사진이 없다.

찍은 사진 전부를 저장해 놓는다.

그러면 이런 반문을 한다. 용량이 너무 많지 않으냐고?

그럼 나는 또 이렇게 대답한다. 외장하드 계속 사고 온라인 클라우드 드라이브에도 저장하면 문제없다.

질문하는 사람의 요지는

나도 자기처럼 찍은 사진 중 못 찍은 사진을 지우고 저장하기 바라는 것이다.

나는 20년 넘게 사진을 찍어오고 있지만,

사진을 옮기고 사진을 골라서 지우는 일 따위는 해 본 적이 없다.

모든 사진이 내겐 의미 있는 사진이다.

잘 찍고 못 찍은 사진이 중요한가, 아니면 내 지나갈 시간의 기억이 담긴 사진을 보관하는 것이 중요한가?

사진은 남에게 자랑하려고 찍는 것이 아니라

내 느낌을 공유하는 것과, 내 추억을 스스로 간직, 보관하는 용도이다.

20년 전 내가 찍은 사진을 돌아보면

잘 찍은 사진, 못 찍은 사진을 기준으로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이걸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무슨 감정으로 찍었는지 되새겨보는 시간인 것이다.

사진은 그렇게 추억되는 것이다.

의미도 없고 가치도 없는, 스스로 답을 정해놓은 질문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나는 사진 강의를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사진 강의를 해서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도 없었을뿐더러

꾸준히 사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이 자기 필요하면 일회성으로 너무 쉽게 사진을 가르쳐 달라고 말한다.

나는 절대 사진 강의를 하지 않는다.

다만 출사 중간중간 상황이 돼서 팁에 대한 질문을 하면 기다렸다가 은근슬쩍 알려주는 타입이다.

사진은 가르쳐 준다고 실력이 올라가거나 사진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진은 스스로 지속적인 연습과 노력과 고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정 배우고 싶다면 높은 돈을 지불하고 알려달라고 했으면 좋겠다.

남이 어렵게 쌓아온 지식과 실력을 너무 쉽게 얻어보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렸으면 좋겠다.

알려주는 대가가 시간당 5만 원 이상이라 생각한다면

그 누구도 쉽게 사진에 대해 알려달라고 말하진 못 할 것이다.

솔직히 5만 원도 싸다.

 

 

사진에 대해 여러 가지를 언급한 이유는 

사진의 가치가 너무 낮아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서이다.

그래서 사진을 사랑하는 일상 사진인들은 아쉬워말고

스스로에게 가치 있는 사진의 의미로

꾸준히 의미 있는 사진생활을 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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