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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무엇이, 아니 왜, 고민의 고민 (올림푸스 E-M5 MarkII)

 

 

 

누구는 말한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냐고?

그 사람에게 난 왜 사진으로만 보였을까?

무엇이 이런 식상하고 반복적인 질문을 가능케 한 걸까?

 

 

 

 

 

사진이 문제인가?

사진 찍어서 매일매일 쉼 없이 새로운 사진을 올리는 내가 그렇게 보이게 만든 게 아닐까?

쓸데없이 사진만 찍고 다니는 사람?

그 사람에게 사진이 어떻길래 남이 찍는 사진 모습을 결론 내리고 질문을 할까?

왜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느냐고?

이 질문은 이미 스스로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하는 질문도 아닌 그냥 말은 아닐까?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예민한 걸까?

하긴 난 그런 질문엔 불편함이 없다.

왜냐하면 나보다 사진 잘 찍고 열심히 찍는 사람에겐 이런 질문이 생기질 않는다.

돈 잘 버는 사람한테 이런 질문은 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열심히 그 일을 하세요?라고.

돈을 잘 버니까.

그런 질문을 하진 않는데

유독 사진엔 이런 질문을 한다.

왜냐하면

돈 안 되는 일에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열심히 하니까.

그런데 질문하는 사람들에겐 사진이란 쓸모 있는 구석 없는, 쓸데없는 일로 인식되어 있는 듯하다.

또 다른 예로,

사진으로 돈 잘 버는 사람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사진을 열심히 찍느냐고.

같은 맥락 같다.

 

 

 

 

 

 

'무엇이' 문제가 아니라 '왜'의 문제인데,

이게 고민을 고민하는 꼴이니

결론적으로 세상 쓸데없는 고민인 것이다.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게 대한민국 국민성 아니겠는가?

수백 년에 걸쳐 변함없는 민족성! 남 잘 되는 꼴 못 보는 것.

남들에게 한가하게 매일매일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매일 매일 사진에 빠져 즐거운 사진 생활을 하는 나를 보고

그 누구도 좋은 말을 한 적 없다.

사진 생활 20년이 넘어가는데 단 한 명도 내 사진생활을 응원해 준 이 없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그것이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느냐고'.

재미있는 세상이다.

나는 내 사진생활을 충분히 잘 보내고 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남들에게 있다.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을 멀리하면 고민 아닌 고민은 사라진다.

내 문제가 아니라 남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매일매일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

이 행복을 남의 질투심에 흘려보내긴 싫다.

사진으로 돈을 벌긴 싫다.

그렇게 되는 순간, 내 사진 생각으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다.

사진을 하루라도 찍지 않으면 정신병이 올 것만 같은 나이다.

그만큼 사진이 좋다.

그만큼 사진생활을 즐기고 있다.

남한테 인정받고 안 받고의 문제도 아니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도 아닌,

'왜 이런 사진을 찍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까지

더 사진 생활을 즐길 셈이다.

내 삶의 가장 큰 고통은 대인관계이고

내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은 창의적인 사진 생활이다.

사람은 점점 멀리하고 있고

사진은 더욱 더 곁에 두고 있다.

나만큼 사진에 관심 없는 사람은 곧잘 나를 불편하게하는 말을 내뱉곤 한다.

그 놈의 사진이 뭐라고 라며.

재미난 세상이다.

셀카와 인증샷, 여행사진, 먹사진은 치열할 정도로 찍고 올리면서

정작 나에겐 불편한 질문을 한다.

아무래도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사진을 잘 찍는 것 같다.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