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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사진의 분위기 (Nikon D700)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큰 고민은

이 사진을 찍는 건 참 맘에 드는데

이 사진을 사람들이 많이 볼까?

나는 언제나 말하고 다녔다.

사진은 전시(Display)라고.

결국 사진은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만족만으론 사진 찍는 행위는 오래 가지 못한다.

 

 

 

 

근사해 보이는 사진들이 있다.

멋진 곳에 가서

그 멋짐이 가장 빛나 보이는 시간에 맞춰

적절한 화각과 노출로 담아낸,

한마디로 누가 봐도 괜찮아 보이는 사진.

멋진 풍경 앞에

어떤 카메라로 찍든

그 사진은 기본적으로 잘 나온다.

그럼 반대를 생각해 본다.

눈으로 볼 때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안목 있는 사람들 눈에만 보이는

일상에 숨어있는 작은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

나는 그런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맘에 들 기회가 훨씬 적고

눈여겨보지 않는 한눈에 들어올 사진들도 아니다.

그런데 난 이런 사진들이 좋다.

일명 '사진 포인트'라는 곳에 가서

나도 비슷한 사진을 찍을 만큼

내 마음은 그러하지 못하다.

나는

이렇게

내 스타일을 사진을 만들어가고 있다.

 

 

 

 

 

처음엔 인물사진만 찍었다.

심지어 필름 카메라로는 인물사진 외에는 절대 찍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사람으로부터 생긴다.

물론 나 또한 사람이고.

나는 이제 인물사진을 찍지 않으려 한다.

한 모델을 최소 1년 정도 꾸준히 찍을 게 아니라면

굳이 이 사람 저 사람 감정 바꿔가며 인물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없다.

사진이 가치로 남기 위해서는

시간이 지나도 한 장 한 장 의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간 찍어 온 인물사진의 경우,

대상이 됐던 사람들 모두 지금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모두 찍어 준 사진만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관계에서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나는 그저 소모적이고 가치가 사라져버리는 사진만 찍으며 남 좋은 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더는 인물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다.

그 후로 찍기 시작한 사진이 자연사진이다.

풍경 사진이 아니다.

내 주변 일상의 자연에서 작고 천천히 변해가는 자연을 찍기 시작했다.

자연은 나를 배신하는 일은 없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 자신만의 모습으로 천천히 변해가는 자연의 '자연스러운'모습이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나는 내 삶의 기억을 자연사진으로 추억하기 위해 사진을 담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피사체가 구름이 되어가고 있다.

구름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또 없다고 생각한다.

구름이 펼쳐주는 변화무쌍한 풍경의 조각들을 담는 게 즐거워졌다.

 

 

사진의 분위기.

그것은 내 기분을 대변하기도 한다.

오늘의 내 기분과 감정을 온전히 담아주는 건 사진밖에 없다.

세상이 아무리 유행스럽고 인기만 추구하는 사진이 대세를 이룬다 해도

내 개인 사진만큼은 순수하게 내 기분을 담아내는데 쓰고 싶다.

인기는 나에게 쾌락의 시기를 보낼 수 있게는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게 어찌 쾌락이겠는가?

오히려 인기에 족쇄를 물리고 고통스러운 신음만 내는 사진은 아닐까?

나는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을 생각이 여전히 없다.

 

내 사진의 분위기는

인기와 유행과는 무관한

순수하게

내 마음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