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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봄날의 사진 (Nikon D700)




날씨가 흔히 말하듯 ‘환상’인 오늘이었다.
사진으로 치면 뭘 찍어도, 뭘로 찍어도 그냥 잘 나오는 날이랄까.
원래는 숲 속 산책을 하려 했는데
막상 햇살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벚꽃을 보니
벚꽃 나무 아래 영원히 머무르고 싶을 만큼 좋았다.
이래 저래 사진을 찍고 있자니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부탁한다.
큼지막한 사진기를 들고 있으니
오늘 같은 날 사진 잘 찍어주게끔 보였나 보다.
한 아주머니는 사진기 들고 나왔는데 초점이 안 잡힌다며 알려달라길래 몇 분 동안 서서 동작법도 알려주었고,
어떤 커플은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하며 ‘필카인데 찍을 줄 아시죠?’ 이러길래 네 그럼요^^ 하며 정성껏 찍어 주었다.
아기를 유모차에 끌고 나온 신혼부부도 사진 한 장 부탁하길래 찍어주었고,
이래저래 나는 자리를 쉽게 옮기지 못할 만큼 바빴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가 얼마나 이 순간이 행복하고 기쁠까.
그러니 꽃처럼 모두 활짝 웃는 모습들이지 하며 나를 돌아본다.
난 무슨 위대한 사진 찍겠다고 나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잘 찍어야지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고
솔직히 찍어 온 실력과 경험이 있으니 난 누구보다 잘 잘 찍어라고 생각도 하긴 했다.
그런데,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저 모습들을 담는 사진들이 정말로 좋은 사진들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봄날이다.
벚꽃을 배경에 두고 폴딱 뛰어보기도 하는 중년 여성분들의 깔깔깔 웃음이 좋다.
사진 한 장만 부탁한다며 수줍게 건네는, 혼자 온 어느 노인분의 오래된 휴대폰이서 내 아버지의 미소도 함께 떠오른다.
서로 인생샷 남기느라 바쁜 여러 커플들의 아크로바틱 한 포즈도 너무나 보기 좋다.
사진 기술 따위 필요 없다.
사진은 사람이다.
이렇게 화창한 봄날이 좋았던 날로 영원히 기억될 모든 사람들에게 사진은 진심인 것이다.
그런 사진들이 참 좋다.

나는 안다.
꽃처럼 아름다운 오늘의 기억으로 또 견뎌내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사진은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