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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출사 소멸 시대 (Canon 5D Mark II)

간간히 사진 모임은 있다.

그러나 출사가 없다.

여기서 출사란 정기모임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출사는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이는 것을 말한다.

모임이니까 한 달에 한 번 얼굴이나 봅시다 해서 모이는 정기모임이나 정기출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사진모임의 목적에 따라 모이는 성격이 다르겠지만

현재 3040 사진 모임 중에서 출사가 진행되는 모임은 다섯 손가락 안에 뽑을 수준이다.

그것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개인적인 생각으로 출사는 

시간 날 때 모이는 게 아니라

시간 내서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기 위해, 이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제대로 된 출사를 진행하는 사진모임은 거의 없다.

 

 

 

 

 

 

 

그럼 출사가 왜 사라진 걸까?

아니다.

출사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3040 세대 사진 모임에서만 사라졌다.

20대나 5060 세대에서는 출사가 절찬리?에 진행 중이다.

그것도 매주.

그럼 왜 3040 세대에서, 특히나 40대들은 왜 출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이유는 당연하다.

살기 바쁘고 쉬기 바빠서이다.

사회와 가정의 중심축에 있는 세대가 40대이다.

40대는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시간 내기도 힘들다.

더불어 30대 또한

20대와 어울리는 30대는 출사 많이 한다.

하지만 40대와 함께 하는 30대는

사진 모임에 있긴 하지만 출사 참여율도 저조하고 딱히 원하지도 않는 분위기이다.

30대 초중반은 여전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지만

30대 중후반이 되면 시간 내는 게 역시나 힘들다.

그러니까

20대와 30대 초반, 그리고 5060대는 여기저기 시간 내서 잘도 다니다.

하지만 30대 중후반, 40대는 시간이 없다.

피곤도 하다.

그렇다고 딱히 사람들과 만나서 뭘 할 처지가 못된다.

왜냐하면 회사와 가족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의 세대라서

주말에 취미생활? 그게 참 힘든 세대이다.

이렇게 따져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40대는 어디서 놀아야 하나?

어디서 사람들을 만나야 하나?

사실상 거의 없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는 줄어들고

만날 사람도 줄어든다는데

그게 바로 40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역으로

40대는 막상 낄 자리도 없다.

30대는 20대와 어울리고

50대는 60대와 어울린다.

40대만이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세대이다.

이게 나만의 경험에서 나온 좁은 해석인지는 몰라도

지난 4년간 여기저기 사진 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정확한 결론이다.

사진 모임에서 40대 중후반은 거의 만날 수가 없었다.

있어봐야 한두 명.

사진 모임의 중심은 30대 초중반이었고,

장년층 모임은 50대 후반, 60대가 대부분였고

40대는 세 명 만나봤다.

 

 

 

 

 

 

제목에서 말한 출사 소멸 시대는 40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40대가 그나마 모이는 곳은 친목/사교 모임에 집중되어 있다.

결국 사람이 그립고 자리가 그리운 사람들이 40대인 것이다.

결혼을 했든, 이혼을 했든, 결혼 안 한 비혼이든,

40대들은 취미활동이 아닌

외로운 마음 해소할 친목 자리가 편한 것이다.

먹고사는데 치여

사진 같은 취미활동할 시간도, 마음도 사라진 것.

출사는 생각에도 없는 것이다.

2030대를 지나 40대까지 사진을 꾸준히 찍으며 즐기고 있는 내 입장에선

함께 할 비슷한 나이대의 취미 사진인들이 사라진 상태이다.

지난 4년간 활동 한 사진 모임은

2030대 모임,

30대 모임,

5060대 모임,

그리고 대부분 기존 친분으로 묶인 사진모임였다.

오래 갈래야 갈 수가 없었다.

2030대 사진 모임과 30대 사진 모임의 공통점은 출사가 있기는 하지만 자주 모이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이나

격주나 한 달에 두 번 모이면 정말 많이 모이는 것이다.

반면 5060대 사진 모임은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끊임없이 출사가 진행된다.

시간 많고 돈 많고 삶의 여유가 되는 장년층들은

오히려 출사할 시간도 부족하다.

5060대 취미 사진인들은 매일 사진을 찍으러 모인다.

그 모임에서 1년 넘게 참 열심히도 활동을 했었다.

물론 세대차가 확실히 나는 중년과 장년의 벽은 넘을 수가 없었다.

즐거웠지만 혼자 즐거웠고

오래 활동하기엔 무리였다.

2030 사진 모임도 3개 정도 활동해 봤는데

여긴 정말 함께 하는데 큰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나이가 많다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자리이고

40대는 대학교 복학생처럼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민폐였던 것 같아 몇 번 나가다가 자연스레 나오게 됐다.

40대 사진 모임은 없다.

있어도 한두 개뿐이었는데

기존 친목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곳이라

새로 그 사이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쓸데없다는 생각이었다.

 

 

 

 

혼출은 아름답다.

혼출이 답이다.

지나 온 시간을 그리워하지 말고 붙잡아두려 하지 말고

당당히 혼출을 즐기자.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내 나이의 삶의 풍경은 아름다워 보인다.

지나 온 2030대의 풍경을 다시 찾고자 하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출사모임이 사라진 40대를 한탄하지 말고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굳이 섞이기도 힘들고 친해지기도 힘든 사람들과 함께하려 하지 말고

혼출을 즐기자.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또 다른 사람 풍경이 만들어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