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남기는데 큰 목적이 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라...
과연 살면서 기억하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을 만큼 부지런할 수 있을까?
나에게 이 고민은 참 오래된 질문이다.
왜냐하면
사진은 늘 현실과 기억을 왜곡시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건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아니다.
나 어릴 적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 한 장만으로도 그 날의 기억과 소리, 심지어 향기와 무드까지 전부 기억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역시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남기는데 최적의 수단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일상의 풍경들을 담곤한다.
여행사진도 아니고 지인들을 담아주는 사진도 아니다.
그냥 동네를 걸어 다니며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일상 속 풍경들이다.
나는 꽤 오랫동안 이런 사진을 찍어오고 있다.
과거에 난 어느 순간 도시생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떠돌이 생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자의든 타의든 집을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도시생활의 여건들.
내 어릴 적 시골생활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고향집은 나 어릴 적 그곳 그대로이다.
하지만 도시생활을 하면서 시골 고향집과 같은 내 집에 대한 향수를 쉽게 품을 수 없었다.
시기가 되면 이사를 가게 되는 도시형 거주의 특성상 한 집에 평생 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면서 나는 그 삶의 종적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내 주변 일상의 풍경들을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으로 담았다.
그것이 나에겐 남기고 싶은 소중한 순간들이 되었고,
예전 사진을 꺼내 볼 때면 그때 그곳에서 내가 걸었던 그 길가 주변 일상의 느낌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렇게 나는 도시생활에 적응해 왔고
여전히 나는 시골생활로 돌아가길 꿈꾸면서 지금 내 도시생활 또한 소중히 사진으로 담아가고 있다.
봄은 또다시 찾아왔다.
유난히 흐린 날이 계속되는 봄날이다.
하지만 그 느낌대로 나는 또 내 동네의 벚꽃 풍경을 사랑한다.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하며
이 기억을 사진으로 또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