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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올림푸스 E-1

320x100

 

 

하도 여러대를 써봐서 정확히는 모르나

이번까지 6대 째 인것 같기도하다.

내가 올림푸스를 떠나지 않고 현재까지 쭉 변함없이 E-System을 고수하는 이유의 토대도 E-1에 있다.


2002년에 올림푸스 E-10을 처음 접하면서 사진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사실 E-1 초기출시가가 꽤 높았기 때문에 2~3년이 지난 후에야 제대로 써볼 수 있었다.

그래서 E-1 이전에 후속이었던 E-300을 먼저 써보게 되었다.

E-300에 대해선 다음으로 미루고 E-1에 대해서 떠올려보자.


***


E-1의 놓칠 수 없는 매력은 단 한가지이다.

'사진'이다.

E-1이 토해내는 야성적인 사진 결과물은 사뭇 감성적이고 아날로그 적이기도 하다.

해질무렵 저녁빛에서의 진득한 색감,

낮동안의 투명한 느낌,

E-1은 올림푸스가 처음 발표한 카메라라고는 믿기 어려울만큼 놀랄만한 사진 결과물을 토해내준다.


***

자사의 플래그쉽 바디로서 완성도 높은 바디와

아직까지도 최고의 표준줌렌즈로서 그 인기가 10년이 지나도 식지 않는 ZD14-54.

이 두가지의 조합만 있어도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현재 E-5를 주력으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E-5에는 E-1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진득한 감성을 찾기가 어렵다.

뭔가 오버스럽게 세련되어져버려

심장을 잃은 카메라 같다는 생각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쾌적한 촬영환경이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사진은 '기계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지 않은가?

믿음직 스러운 바디와

지금까지도 최고의 바디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며

나무랄데없는 최고의 표준줌 렌즈 14-54만 있다면

어딜 거닐어도 내가 원하는 사진을 만족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을것만 같다.

이런 감성이란 것이다.

E-5와 ZD12-60으로 기술적인 부분이 놀랄만큼 발전했다지만,

그 기술력에 치우치게되어 감성을 잃어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한다.

카메라 기술의 발전으로 언제나 쾌적한 촬영환경을 만들어주다보니

사진이 너무 쉽게 찍히는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


겨울 어느 날,

소리도 없이 무게감이 느껴질만큼의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바로

E-1 + 14-54를 가방도 없이 챙겨나가서

1~2시간을 무엇에 홀린듯 정신없이 찍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마치 눈사람이 된 것처럼...

E-1이 아닌 다른 보급형 카메라였다면

눈에 젖어 고장이 나도 한참이었을 것이다.

믿을만한 방진방습 바디와 렌즈는 사진을 찍는데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게 해준다.


***

상업사진을 찍고

돈 벌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도 E-1은 사진 취미 생활에서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기기적 한계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진 결과물에 절대 영향을 주진 않는다.

'사진과 카메라는 사용자의 습성을 따라간다.'

사진에 보다 적극적으로 본인이 다가간다면

어떤 플라스틱 장난감 카메라를 가져다주어도 원하는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E-1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

올림푸스가 E-400(410)을 기점으로 센서를 바꾸어 버리면서

기기적 스펙은 높아졌을지 몰라도

기존 코닥CCD기반의 센서와 이미지프로세싱을 거쳐 나온 결과물의 느낌을 재창조해내지 못하고 있다.

E-5에서 멈춰버린 올림푸스의 DSLR이지만,

향수를 머금은 E-System은 사진에 빠져있는 매니아들에겐

여전히 보물같은 갚진 카메라이다.


***

그래서 이번에 정확하진 않지만, 6번 째 E-1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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