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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멋져 회사 옥상에서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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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퇴근하자마자 동작으로 고고.
하지만 점점 일몰 시간이 빨라져서
퇴근하고 바로 가도 일몰 때를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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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한 컷이 마음에 든다.
사실 C200 필름을 몇 롤 써보고
그다지 느낌이 좋은 필름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사진이 전반적으로 뉴트럴 한 느낌으로
생기나 강함이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집에 남아 있는 C200을 소진하기 위해 쓰고 있는데
역시나 원하는 만큼의 느낌을 뽑아주진 못한다.
그중 이 한 컷이 그나마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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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날 아쉬운 나머지 다시 찾아간 동작대교.
역시나 구름은 멋졌지만 도착한 때는 이미 해가 져버렸다.
아쉬움이 큰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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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C200 필름에 후회가 드는 컷 들이다.
사진에 보이는 저 구름은 정말이지 로맨틱하고 색이 오묘했으며
그 멋진 느낌에 사로잡혀 눈을 한동안 떼지 못할 정도였는데
C200은 그 모든 걸 특징 없이 그냥 평범하게 담아준다.
소중한 순간의 영원을 담기 위한 사진의 의미로서
다시 한 번 C200 필름은 쓸 일이 없을 거라 확신하는 컷 들이다.
아. 이 볼품없이 표현되는 느낌은 뭐지? ㅡㅡ;;;
Kodak Proimage100도 입자가 거칠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녔는데...
그나마 전형적인 풍경에서 후작업을 좀 하면 보통처럼 나오긴 한다.
하지만 다른 필름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뉴트럴하고 특징 없고
멋진 풍경을 깎아먹는 필름의 표현이다.
더욱더 실망이 크다.
사실 이마저도 필름 스캔 물을 받고 나서는 그대로도 늘 맘에 들어 후작업을 거의 안 하는데
C200은 모든 컷들이 콘트라스트를 높이고 색감을 강조하고 계조를 강하게 올려야
그나마 이 정도의 느낌이 나온다.
예상처럼 C200은 특정상황에서나 나름의 특징이 올라오는 저가형 필름임이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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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정말 좋았던 주말, 과천 대공원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폰카로 찍어도 이보다는 잘 나올 텐데
너무나 뉴트럴 해서 후작업으로 끌어올려야 그나마 느낌이 나온다.
하지만 콘트라스트를 높이니 색감은 되려 죽는다.
이 좋은 날의 느낌을 이 필름으로 찍은 내가 실수다.
어쨌든 기억을 떠올리며 그날의 푸르르고 싱그러웠던 날을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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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후에 동네 학의천에 왔다.
그 부서질 듯 선명한 빛이 풀과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느낌이 정말 좋아 담았는데
하나도 표현이 되지 않아 속상할 지경이다.
역시 풍경엔 Velvia 인가 보다.
C200은 아까워도 그냥 버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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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의천의 늦은 오후를 담고
해가 지는 모습이 예술에 가까워
아는 동생 아파트 22층에 올라가서 찍었다.
사진이 망이어서 안타깝지만
이때의 느낌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천국보다 낯선~ 아름다운 석양이었다.
디카로 찍어놓은 게 있어서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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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Fujicolor C200.
이 필름을 쓰기 전에 Fujicolor 기록용 100과 400짜리 필름을 몇 번 쓰고,
이 필름을 쓸 바에는 그냥 폰카로 찍는 게 낫겠다며 안 써야 할 필름이 됐었고,
C200도 내 성향상 차갑고 생명력 없는 녹색의 표현력이나
힘이 없는 계조 표현 등에 실망한 나머지
남은 롤들을 스냅으로나 쓰고 버리자 했는데
그냥 안 쓰고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진 한 롤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