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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과천현대미술관 [Kodak Vision3 200T]

겨울이란게

늘 눈이 내리고

눈이 쌓여 있고

그런 날이었으면

눈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에게 얼마나 좋을까만은

사실 겨울에 서울,경기에 눈이 3번 이상 내린지가 몇 년이 지났다.

겨울은 춥기만 하다.

춥다.

추운게 일년 중 제일 견디기 힘들다.

폭염도 괜찮고 비만 내린다해도 괜찮지만

눈도 없이 춥기만 한 겨울은 참 싫다.

 

 

겨울이면 자주 찾는 곳이 있다.

딱히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지도 않고

메마른 풍경에 추위만 가득한 날들의 연속일 땐

가기 좋은 곳이 미술관이다.

 

조용해서 좋다.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많지가 않아서 좋다.

낯설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모르는것 관람하듯 천천히 서성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음악이라도 들으며 천천히 그냥 있기에도 좋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아니라 과천관이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은 곳이 아니다보니 더불어 쾌적하다.

 

밖으로 나오면 과천대공원이고 동물원이다.

큰 호수도 있고 겨울이면 더욱 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쩌면 사진 찍기에 이만큼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남들은 농담조로 또 과천대공원 갔다 왔냐며 말을 건내지만

그들도 과천대공원에 쉽게 찾아오지 못한다.

이것은 마치 내가 어린이 대공원에 거의 안가는 이유와도 비슷할테다.

 

가까운 과천대공원이 나의 사진 스타일과 잘 어울려서 다행이기도 하고 행운이기도 하다.

4계절, 계절마다 풍부한 풍경은 자연의 소경을 즐겨 담는 나에게 최고의 출사지이다.

더불어 야외 인물사진 찍기에 이만한 장소도 없지만

연출이나 목적이 강한 인물사진 찍는 걸 안좋아해서 거의 찍어보진 않았다.

서울 사람을 여기까지 데려오기도 미안하기도 하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출사지라는 것에 대해.

봄이면 봄대로 인기가 있는 장소가 있고

그렇게 계절마다 상징적으로 사람들이 찾아가는 장소가 참 많지만

내가 그런곳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진을 찍으러 잘 다니지 않는다.

내 사진의 이유가 그렇게 찍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관심을 받는데 목적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내 사진은 이상할 정도로 평범하고 일관적이다.

그렇게 변함없이 십수년을 찍어왔다.

특별한 사진을 찍을 이유도 없고 유행과 시기에 걸맞는 사진에 관심이 쏠리지도 않다보니

늘 그저그렇게 보이는 평범한 사진들이다.

남들이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이란게 사적인 면이 참 크다.

사진마다 스타일이 있는 이유도 각자의 사진이기 때문이지

대중적이고 유행을 타는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늘 내 스스로의 사진을 담는데 당신은 왜 그런 사진만 찍느냐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 무시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 날의 마음의 형태가 존재한다.

그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다.

특별할 것 없이 그런 날 조용한 미술관 안에 들어가 있다보면

내 마음의 형태가 조금은 보이기 시작한다.

그 마음의 눈으로 사진기의 뷰파인더를 들여다 본다.

그렇게 또 몇 장의 내 사진이 찍히고 있는 것이다.

 

이 겨울, 특별할 것 없는 날,

과천 현대 미술관 관람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