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다음이고 해가 뜨고 있는 상황이라
퇴근하자마자 동작대교로 향했다.
아름다운 일몰 풍경이었다.
아래에 에피소드 있음.
동작대교는 다리다 보니 보도가 매우 좁다.
보도엔 산책하는 사람과 운동 겸 뛰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계속 지나다닌다.
도착하고 일몰을 기다릴무렵
거대한 삼각대를 든 두 어르신이 차례로 나타난다.
삼각대를 펴고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데
삼각대 때문에 당연히 통행로가 다 막힌다.
민폐가 시작되는 서막이었다.
자전거는 따르릉 거리고, 사람들은 불편하게 지나다니고.
어쨌든,
남이사 신경 안 쓰고 혼자 여유를 누리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때부터 재미난 건,
좀 멀리 있었던 내 양 쪽 옆으로 바싹 붙어서 삼각대를 세운다. 좌청룡 우백호인가?
거리도 사람 한 명 서 있을 거리. 누가 보면 가족인 줄 착각할 정도.
한 노인은 부인까지 같이 왔다.
이건 뭐지?
어안이 벙벙.
이 길고 긴 다리에서 굳이 바로 양 옆에 바짝 붙어서 사진을 찍는다고? 코로나 거리두기는?
심지어 그 어른 두 분도 서로 모르는 사람이다.
암튼, 자리를 옮겼다.
근데 내가 옮기면 그 큰 삼각대를 들고 낑낑거리며 세명이 나란히 똑같이 와서는 또다시 내 양 옆에 붙어서 사진을 찍는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이없는 한숨을 크게 쉬며 또 자리를 옮겼다.
꽤 멀리 갔다.
근데 ㅋㅋㅋ
내가 자리 잡자마자 열심히 따라와서는 또 좌청룡 우백호, 똑같이 내 양 옆에 딱 붙어서 사진을 찍는다.
이 와중에 한 분의 와이프 같은 늙은 아줌마는 내가 찍는 대로 그대로 따라 찍기를 반복한다.
하,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고 짜증이 날 무렵,
당연히 삼각대 때문에 길막은 계속 이어지고 양 옆이 정신 사나운 상황이 되니, 짜증을 넘어 화가 나기 시작했다.
미친놈 바라보듯 눈으로 욕하고 다시 멀리 되돌아와서 한가한 곳에서 사진을 찍는데
아줌마가 졸졸졸 열심히 따라와서는 가족인 양 바로 옆에 바짝 붙어서 나 찍는 대로 또 사진을 찍어댄다.
그러면 또 두 사람 역시 삼각대 들쳐 메고 또 따라온다.
아니,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지?
참다못해,
'아 진짜 드럽게 따라다니네~씨'가 육성으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다시 멀리 자리를 옮겼다.
그제야 안 따라 오더라.
딱 보니 나이는 60은 넘어 보이는 세 사람.
사람이 참 이렇게 싫어 보일 수가 없었다.
어디 가나 사진 민폐는 존재한다.
근데 사라지질 않는다.
하,
한 주 업무를 마치고 바람 좀 쐬며 머리도 식힐 겸 갔다가
사람 스트레스에 시달릴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냐마는,
정상인 사람이 적은 이 세상이려니 생각하고
그냥 아름다운 노을 감상한 걸로 오늘의 화를 가라 앉혀본다.
참고로 동작대교에선 삼각대가 제 구실을 못한다.
수많은 차가 끊임없이 쌩쌩 달리는 구간이고
전철도 다니다 보니
다리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삼각대가 삼각대 구실을 못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