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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Canon 5D] 귀찮은 날의 오후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잠만 늘었다.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상실이랄까?

이걸 어떻게 극복할까?

가장 좋은 것이 '약속'을 잡고 사람을 만나는 것인데

나에겐 '약속' 잡을 사람은 없다.


청춘이 부럽다.

모든 걸 할 수 있잖아. 실패까지도.

하지만 나는 한번 실패는 영원한 끝이다.

그래서 이것도 내 남은 인생을 위하여 혼자이기로 한 여러 이유 중 하나에 들어간다.


최근에 나간 동네 첫 모임에서

커피숍에서 모였는데 35여, 29여.

35여는 모임장이고 말 한마디 없고

29여는 어색한 건지 성격이 원래 그런 건지 계속 기초적인 질문을 해댄다.

왜 비혼주의냐? 여자는 그럼 아예 안 만날 거냐? 연애는 해봤냐? 비혼 주의는 왜 하게 됐냐? 여자랑 만날 생각은 있냐? 등등

이 질문을 10분만에 해대는데 뭔가 차분함을 유지할 수가 없이

조카에게 먹히지도 않을 말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막연함만 밀려왔다.

그러더니 서로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이제 커피 두세모금 마셨는데 35여 모임장은 집에 간댄다. 하.

그 양 적은 카푸치노를 남기긴 생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첫 오프모임이 그랬어도 새로운 사람들 들어오고 동네 사진 모임이니 오래 있어 보려 했는데

모임장의 마인드가 사진을 찍자가 아니라 둘레길을 걷자이다. 본인 다이어트 목적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모임 공지 보고 바로 나왔다.


오픈채팅방을 몇 개 들어가 보니 여전히 장비 얘기로 수백 개씩 대화가 난무하고 있는 데가 정말 많더라.

20~30대들인데 장비에 목숨 건 사람들처럼 장비모임으로밖에 안 보인다.

첫 오프모임 나가보고 분위기 봐서 선택할 생각이다.


내가 게을러진 이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의욕상실'이다.

함께 사진으로 카타르시즘을 느낄 사람이나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하는 SNS인 인스타그램도 시들시들하고

남의 사진들이 나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모두 꾸미고 꾸며 선물상자에 포장해놓은 느낌들의 사진들 뿐이다.

그리고 난무하는 모델 프로필 계정.

SNS 포트폴리오라고 불린다.

사진 딱 9~12장 정도만 올려놓고 낚싯대 던져놓고 걸려라 하는 식이다.


의욕상실

그건 지금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