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의 한 롤 이야기이다.
그만큼 필름 사진을 한동안 찍지 않았다.
오직 35RD에 포트라160 물리고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마다 같이 들고나갔는데
한 롤을 다 찍는데 꽤나 오래 걸렸다.
봄날이었나? 길을 걷는데 햇살과 구름과 색깔이 어찌나 시원하고 이쁘던지 바로 한 컷 찍었다.
동작대교에 갔다가 필름으로도 같이 남겼던 일몰이다.
올해 상반기에 동작대교를 정말 많이 갔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서울대공원 테마파크에서 찍은 호수 풍경이다.
테마파크 호숫가에 앉아서 바람 부는 날 잠시 쉬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사진을 찍다 보니 내가 찍고 싶은 풍경 중 하나가 다리 사진인 것 같다.
세련된 현대적인 다리 말고
뭔가 오래된 듯 고즈넉한 다리 풍경이 좋다.
날이 좋았던 늦봄의 어느 날, 날이 좋았던 오후였다. 서울대공원.
이 사진은 오래돼서 기억이 날 듯 말 듯하다가 생각이 났다.
오이도에 사진 찍으러 가던 날 버스에서 잘 못 내려 배곧 생태공원에 내리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걸어오면서 찍은 사진이다.
초여름인 것 같다.
구름이 멋진 날이었다.
이제 걸으면 땀이 흥건히 날 만큼 더운 여름이었다.
후암동에 갔는데 조금 찍다가 커피숍으로 피신했었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 찾은 동작대교. 일몰이 아름다웠다.
장마가 거의 끝날 무렵, 습도가 굉장히 높았던, 고온다습한 열대우림 같았던 서울 대공원 호수가 둘레길을 걸었다.
온몸이 다 젖고 온 몸이 끈적끈적하고,
이런 날이 여름의 대부분이라서 기후변화가 안타까운 생각이 든 날이었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찾아간 용산가족공원.
가는 길에 찍은 배롱나무꽃. 정말 예뻤다.
용산가족공원에서 사진을 찍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쓰러지듯 벤치에 앉아 쉬면서 찍은 사진.
장마가 끝나고 바로 찾아온 폭염.
바람 한 점 없는 여름은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멀리서 보니 하늘의 구름이 정말 이쁘고 멋졌다.
바로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가까운 서울대공원으로 향했다.
필름을 다 쓸 생각은 없었는데
찍다 보니 어느새 한 롤을 다 찍어갔다.
마침 찾아 간 거래하던 현상소 두 곳 모두 여름휴가 중이었고
나는 맡기러 가던 전철 안에서 이 사실을 검색했고
예전에 잠깐 이용하던 현상소를 찾아가 스캔을 받았다.
모두 여름을 나고 있다.
필름도 여름을 지나고 있다.
사진도 여름을 지나고 있다.
모두 여름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