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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 (후지필름 S5pro)

2024년,

우리가 여전히 사진을 찍고 다니는 이유는 뭘까?

 

 

 

 

 

 

오늘 오후에 머리도 식힐 겸

오래된 카메라, 후지 S5pro를 들고

왕송호수를 다녀왔다.

사진기를 목에 걸고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고 있자

저기, 저기,

나처럼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 혼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처럼.

 

 

 

 

 

 

모여서 사진을 찍던 2010년대의 풍경을

2024년엔 더욱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점점 더 혼자 사진 찍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함께 찍을 모임도 여기저기 찾아보았고

심지어 만들어서 사람들도 모아보려 했지만

의미 없는 일이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사진 찍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모이지 않는다.

20대들은 과거의 방식은 아니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을 찍고 다니는 풍경 같다.

그들에게 장기적인 모임은 의미가 없는 듯해 보였다.

소속감엔 관심이 없는 듯하고

 '뜻'과 '목적'이 맞는 사람들끼리 소수로 모여 함께함을 지속해 가는 것 같다.

40대 이상은 사진으로 모일 곳도 거의 없고

그러다 보니 지친 건 진 몰라도 사람들도 잘 모여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점점

취미로서 사진은

혼자 찍는 사진이 되어가는 듯하다.

 

 

 

나는 의문이 생겼다.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뭘까?

휴대폰이 아닌 정식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이유는 뭘까?

사진의 원론적인 즐거움엔 변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요즘 풍경은

굳이 사람들과 같이 찍으려는 생각은 사라져 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요즘 사진이 소비되는 현상을 보면

목적을 위한 사진을 찍고 있는 듯하다.

각자의 SNS 계정을 자신의 포트폴리오로 채우는 데 일차적인 목적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정말 많이 본다.

그만큼 SNS가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도구가 되어 있는 듯하다.SNS 초기, 즐기던 모습에서이제는 자신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써의 SNS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순수하게 사진을 즐기기에 SNS는 더 이상 적절한 공간이 되지 못한다.

인플루언서나 인기계정 중심으로

물질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써 집중되는 모습으로

SNS들이 변모하면서

솔직히 순수하게 사진을 즐기는 공간으로서의 모습은 상실했다고 본다.

그러니까,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은 이제 없다는 결론이다.

난 사진이 '도구'로서 사진이 되어가는 요즘 사진 소비 풍경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사진의 의미도 변했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초기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결국 사진은 사진 본연의 모습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된다.

세상이 인기 위주의 세상이다.

SNS도 인기계정 외에는 세상에 노출조차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러니 사람들이 모두

인기를 얻으려 노력하는 것일 뿐,

여기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적으로 사진을 찍어가고 있다.

단지 과거처럼 그게 눈에 띄지 않게 되었을 뿐,

개인 개인 간에는 엄청난 사진의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인플루언서나 인기계정만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게 아니다.

하루에도 1억 장 이상의 사진이 SNS에 올라온다.

그 사진들을 다 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무의미하다.

그러니까

사진 소비의 장이 변했을 뿐,사진은 오히려 더 많이 찍고 더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면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확실하다.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시대가 바뀌고 사회도 바뀌었음에도우리가 오히려 더 많은 사진을 찍는 이유는 뭘까?이유는 단 하나다.남는 건 사진이다.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쩌면 우리는 빼앗겼던 일상을 정말 힘겹게 되찾으면서일상의 소중함과버려지듯 잃어버린 시간의 소중함을우리는 사진으로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아닐까?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이후 우리는 더욱더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건 아닐까?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사진을 찍는 건 아닐까 싶다.역시남는 건 사진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