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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장마철 사진. Canon 5D MarkII

 

 

 

 

날이 흐리다.

빗방울만 안 떨어지고 있지 완벽한 장마철이다.

습도는 거의 100%에 가깝고

호수 주변이라 그런지 끈적거리는 땀이 송골송골 흐른다.

옷은 땀으로 젖고

솔직히 가벼운 사진 산책은 아니었다.

 

 

 

 

 

 

 

날이 꿉꿉함에도 그래도 사진 찍을 맛이 났던 이유는

오랜만에 DSLR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비 오는 날에는 한 손으론 우산을 써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목에 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은 카메라를 들고 나오게 되는데

가지고 있는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E-M5MarkII의 EVF가 참으로 맘에 들지 않는다.

이 카메라여서가 아니라 

오랜 기간 경박단소를 위해 미러리스 카메라를 써왔지만

진심 EVF가 적응이 안 된다.

DSLR의 맑고 깨끗한 광학식 뷰파인더와는 달리 전자식 모니터를 보며 느껴지는 이질감은

10년 넘게 써봐도 전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쓰면 쓸수록 사진 찍는 맛이 더 사라진다.

오늘은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DSLR을 들고 나왔다.

역시

광학식 뷰파인더를 봐야 사진 찍는 맛이 난다.

 

 

 

 

 

 

작년부터 이곳 호수엔 물이 바닥이 보일 정도로 늘 빠져 있었다.

수위 조절 공사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거의 2년 동안 물이 빠져 있다 보니 

아름답던 호수 풍경이 흉물에 가까웠다.

최근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다시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을 다 채우진 않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물이 안 차면 호수가 주변으로 느낄 수 있는 물에 비친 빛의 아름다운 반사를 느낄 수 없다.

호수가 있기에 늘 찾는 곳이지만

근 2년 동안 물이 빠져 있는 상태라 매력이 없는 요즘 풍경이다.

 

 

 

 

 

 

오랜만에 내 스타일의 사진을 찍어본다.

오직 50mm 1.4 렌즈로만 바라보며 담는 내 마음의 사진.

사실 요즘 근심걱정으로 사진 찍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 요즘이지만

50mm로 바라보는 작은 풍경들은 근심걱정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다행이게도 오후 내내 비가 거의 오지 않다가

돌아갈 즈음에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우산 없이 돌아다닐만하다.

언제쯤 맑은 햇살로 반짝거리는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오늘 다시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간 또 욕심만 부린 사진을 찍고 있었구나.

다시금 50mm 렌즈 하나만으로도 한없이 즐겁고 만족스러웠던 사진 산책으로 돌아와야겠다고.

 

 

 

 

 

 

오늘 사진은 전체적으로 탁하고 약간 답답한 느낌으로 담아 보았다.

전형적인 장마기간의 빛깔을 굳이 맑고 투명하게 담을 이유는 없었고

나중에 이 날의 사진을 돌아봤을 때

이랬구나라는 느낌을 간직하고 싶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