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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사진작가. Nikon D700

 

 

 

시니어 인물사진 모임에서 나는 '작가님'이라 불려진다.

나뿐만이 아니라 촬영을 하는 분들은 모두 '작가님'이라 불린다.

'작가님'이란 호칭을 쓰는 분들은 모두 모델분들이다.

촬영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작가님이라 부르지 않는다.

사진작가.

시니어 모임을 떠나 모든 취미 사진 모임에서 '작가'라는 호칭을 쓰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사진작가의 길을 걷는 사람을 제외하고

취미사진모임에서 스스로를 작가라고 말하는 사람에 대한 짧은 견해를 적기 위해서다.

 

사진을 찍어온지는 22년이 되어가고 있다.

22년 동안 한 달 이상 사진을 쉰 적이 없다.

모든 순간을 사진과 함께 했다.

나는 이제야 사진이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아직도 아니다.

만족스러운 사진은 꽤 많았지만

진정으로 내 마음을 사진으로 표현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생각해 보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사진을 작가주의라는 목적을 가지기 시작하면 사진은 더 이상 즐거움만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되는 것 같다.

사진작가는 고뇌의 시작 같다.

마음의 이야기를 넘어 가슴으로 사진을 찍는 것에 더해,

이제는 머리로도 사진을 찍어야 하는 그런 길이

바로 사진작가의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진기를 들었다고 해서, 남들보다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해서,

함부로 사진작가라 부르지 말아야 하지 않나 싶다.

나는 사진작가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야 내 사진에 고뇌가 담기기 시작한 듯하다.

취미사진을 넘어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요즘 같은 초자본주의 시대에는 말이다.

사진작가는 생계수단으로써는 노숙자와 같은 수준이라 평가한다.

더불어 사진이 전문가의 영역에서

스마트폰과 SNS의 영향으로

이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일상의 영역이 되었다.

그만큼 사진의 가치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누가 내 사진을 보고 칭송할 것인가?

누가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고 감탄할 것인가?

이 의문으로부터 나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이젠 남들보다 사진 잘 찍는 건 어떤 매력도 없어진 시대가 되었음에

AI나 얼굴 몸매 성형 보정앱이나 잘해볼까 같은 것.

인플루언서가 사진의 세계를 지배하게 된 2024년의 중간에서

나는 사진작가의 종말을 예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