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의 미치도록 깨끗했던 날씨와는 달리
바로 다음 날 날은 짙게 흐렸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나의 최우선 정보는 날씨이다.
사진 초기엔 날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었지만
내 사진 스타일이 정착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하늘 상태는 나에게 중대사안이 되어 버렸다.
물론, 날씨 상황에 따라 못 찍을 사진은 또 없기 때문에 사진 찍기에는 큰 영향을 받는 건 아니지만
기분이란 게 있다.
토, 일, 이틀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직장인의 일상에 주말 날씨는 기분까지 좌지우지하게 된다.
어제와는 달리 뿌연 하늘은 꽤 실망감이 커진다.
그런데 모두가 비슷비슷하게 살아간다.
일요일이었고 날은 완전히 흐렸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사람들은 가을을 즐기러 밖으로 길을 나서는 모습이었다.
나 또한 그 중 한 사람이었고,
흐린 날도 역시, 오늘을 감상하는 나의 하루였고,
그 느낌으로 산책 중간중간 사진 몇 컷을 남긴다.
결과물이 좋아서 사진이 아니라 사진 찍는 것이 좋아서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