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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미러리스 카메라의 걸작: 올림푸스 PEN-F

2016년 2월. 올림푸스는 PEN-F를 공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2년째 후지필름 X-Pro1을 쓰고 있을 때였고,

10년 넘게 이어온 나의 올림푸스 카메라 사랑에 잠시 외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후지 미러리스 카메라는 처음에는 혹하게 좋은점이 눈에 띄었지만,

쓰면 쓸수록 아쉬움이 커가는 카메라였다.

뭉개지는 피부톤과 정이 안가는 디지털 색감이랄까?

후지 카메라에 회의감이 들 때 즈음, 올림푸스는 조용하게 PEN-F를 출시했다.

 

슬로건은 'Masterpiece'였다. '걸작'

 

 

 

 

 

 

든 이미지 출처 : 올림푸스 코리아 홈페이지

 

 

올림푸스 매니아로서 올림푸스의 수 많은 카메라를 써왔지만,

PEN-F는 그 중 최고의 바디였다. 심지어 대체할 바디가 현재까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디자인 디지털 카메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후지 X100 시리즈도 이렇게 확고하게 내 마음에 들진 않았다.

PEN-F는 디자인과 사용성, 그리고 결과물까지 뭐 하나 부족하지 않은 최고의 카메라이다.

 

 

당신은 사진을 찍으면서,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부분은 무엇이었는가?

장담컨데 '휴대성'일 것이다.

풀프레임 DSLR 혹은 중급이나 플래그쉽 DSLR은 크고 무겁다.

DSLR은 태생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어느 수준 이하로 작거나 가볍에 만들수가 없다.

렌즈는 더더욱 광학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힘들다.

그래서 작고 가벼운 카메라에 대한 요구에 의해 미러를 없애고 나온 것이 미러리스이다.

그 시초가 올림푸스가 내놓은 마이크로 포서드이다. OM-D E-M5.

센서가 풀프레임 대비 1/4 정도 작기 때문에 바디와 렌즈 모두 혁신적으로 작고 가볍게 만들수 있게 되었다.

사진을 찍는데 대부분의 피로는 바디와 렌즈의 크기와 무게로부터 온다.

PEN-F는 작고 가볍다.

 

렌즈 또한 매우 작고 가볍다.

 

 

 

내가 말하는 모든 사진의 초점은 일상의 사진에 있다.

상업 사진도 아니며, 특정 사진에 포커스를 맞추지도 않는다.

오직 내가 누리는 일상을 담아가는 일상의 카메라를 늘 말하고 싶다.

 

늘 기억되는 소중한 사진으로서 디지털이라는 사진 과소비로 소모되지 않는 사진을 찍길 바랄 뿐이다.

 

 

 

 

PEN-F는 결과물은 더할나위 없이 좋다.

수치적 계산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사진기의 주인이 셔터를 누르는 모든 순간이 추억처럼 차곡 차곡 쌓이는 사진에 대한 도구로서

 

PEN-F의 결과물은 그 무엇보다도 좋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저 버튼은 PEN-F의 생명이다.

후지가 X-Pro2를 내놓으면서 필름시뮬레이션에 '아크로스 흑백'을 함께 내놓았다.

출시되자마자 아크로스 흑백을 써보았다.

후지필름의 아크로스 필름은 흑백필름 느낌을 재현하는데 성공적으로 좋았다.

계조가 풍부해서 매우 부드럽고 꽉찬듯한 느낌의 흑백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디지털 흑백사진은 전혀 아니었다.

X-Pro1을 쓰고 있었고 X-Pro2로 넘어가볼까 한창 고민하던중 아크로스 시뮬레이션을 테스트해보고

X-Pro2에 대한 갈망은 이렇게 식어버렸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것이 PEN-F였다.

사실 그 시기는 너무 오랫동안 올림푸스 카메라만 써와서 바꿔보자하고 쓰던게 후지였는데,

PEN-F를 통해 다시 올림푸스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다.

PEN-F의 디지털 흑백사진은 만족 그 자체였다.

 

내가 원하던 바로 그것 이었다.

 

 
 

올림푸스 공식 멘트에서

흑백 프로파일 2번은 Kodak Tri-X400 필름 스타일이고,

컬러 프로파일 2번은 자체 이름이 '크롬 리치'인것처럼 컬러슬라이드 필름 스타일이다.

 

이 부분을 중요하게 언급한 이유는

우리가 취미로서 일상사진을 찍는데 기기의 성능에 과몰입하거나

후보정의 늪에 빠져 사진의 정체성을 잃기 쉬운 습관을 버리고,

찍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위함이다.

사진은 내가 있었던 시간과 공간의 느낌을 영원에 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보다 더'에 대한 강박에 무의식적으로 빠져,

좀 더 나아 보이는 사진을 위해 두 가지를 선택한다.

하나는 더 좋은 바디와 렌즈

또 하나는 더 멋진 후보정.

내 경험에 의하면

장비의 성능에 대한 지나친 몰입은 사진의 의미와 멀어지게 만들고,

찍은 모든 사진에 대한 후보정에 대한 압박은,

기억의 느낌을 담는 사진으로서의 의미와 멀어지게 만든다.

 

일상의 기억으로서의 사진은 잘 찍어도 사진이고, 못찍어도 사진이다.

그렇게 접근하여 찍은 사진에 버릴 사진은 거의 없다. 모든게 순간이고 영원이다.

'보다 더'라는 것은 결국 자랑이다. 내 사진의 자랑.

사실 그럴 이유가 있을까?

부모님의 과거 사진 몇장이 모든이들에게 만족시켜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것처럼

일상의 기억으로서 사진은 사진답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1년 후에, 혹은 10년 후에 다시 그 사진을 들춰 보았을 때

'그 느낌', 그 때 내가 느꼈던 '그 느낌'이 그대로 담겨있을 내 일상의 사진.

찍은 모든 사진은 있는 그대로 나름의 가치가 존재한다.

그렇게 일상을 담는 사진으로서 PEN-F는 나에겐 가장 적절했다.

가볍고 작고 이쁘기까지 한 이 카메라는

늘 가볍게 지닐수 있었고 뭔가 대단한 걸 찍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나는 자세히 설명하기 난감해서 취미 사진을 찍는다고 말한다.

이참에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나는 누군가의 혹은 나의 지금을 훗날 추억이 될 수 있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거나 인기를 위해 대중적인 유행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다.

나의 사진 스타일은 사진으로 마음의 이야기를 말하는 스타일이다.

나를 위로하고 더불어 공감하며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나에게 사진의 의미를 마음의 이야기에 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 모든 일상엔 카메라가 있어야 했고,

어느순간부터 휴대성이 좋은 카메라가 늘 내 곁에 있었다.

DSLR로 1년 365일 일상을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내 평범한 일상에는 주변이 있는데 주변의 일상은 언제나 놀라움으로 가득차 있다.

사진은 특징적으로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정말 놀라운 시선을 만들어주곤한다.

그런 놓치기 아까운 내 모든 순간을 언제든 남길 수 있는 멋진 카메라가 필요했다.

그 중 PEN-F는 모든 면에서 최고의 카메라였다.

 

PEN-F는 단렌즈와 함께일 때 디자인이 완성되는 카메라이다.

단렌즈 위주의 취미사진가에게 더욱 좋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조합은 PEN-F + 17mm F/1.8 이다.

사실 이 조합 하나로 일상의 대부분을 찍을수 있다.

거기에 추천하는 렌즈들은 아래와 같다.

25mm f/1.8

45mm f/1.8

12mm f/2

 

135mm 환산 화각은 2배를 곱해주면 화각이 나온다.

24mm~90mm까지 커버가 된다.

 

렌즈의 크기는 모두 손바닥에 작게 올려질만큼 작고 가볍다.

 

 

 

 

 

 

PEN-F에는 실버와 블랙버전이 있다.

두 색상 모두 써 보았다.

이쁜 건 당연히 실버이고

 

질리지 않는 중후함은 블랙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사진 스타일은 다르다.

이 글은 나의 입장에서 바라본 PEN-F에 대한 시선이다.

다른 선택지는 많다.

다만, 어떤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는 본인이 결정해야지 장비에 끌려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남들이 평가내려놓은 좋은 카메라와 렌즈가 당신에게도 좋을거라는 생각부터 버리고,

진짜로 자신의 사진 스타일에 맞는 도구로서의 카메라와 렌즈를 선택할 수 있길 바란다.

 

나에게 있어 PEN-F는 모든 부분에서 나에게 딱 맞는 걸작같은 카메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