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흑백필름을 써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흐린날엔 흑백필름으로 찍지 말자!
빛이 안개낀 듯 우울하게 내려앉아 선명함이 없는 날에 흑백필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빛'에 민감한 필름 촬영에서, 더구나 빛만으로 사진의 99%를 완성시키는 흑백필름의 경우
흐린날엔 그 투자 대비 결과물의 만족도는 0 이다 못해 마이너스다.
사실,
눈 오는 날을 대비해서,
혹은 실내샷을 위해,
한 두 컷 찍어 놓고 안찍기도 뭐하고 필름 소진이나 할 겸 디카와 함께 찍어본 거라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불행 중 다행이랄까?
디지털 흑백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후작업 없이 오직 빛으로만 촬영하는 특성상 흑백필름은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날에 찍어야 제 맛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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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컷은 없다 치자. 공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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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바다가 우울하리만치 잘 나왔다? ㅡㅡ;;;
내가 원한건 이게 아닌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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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흐린 날이어서 빛이 아예 없고
오직 피사체의 형상만이 담기는 심심한 날의 심심한 사진들.
흐린날엔 디카든 필카든, 컬러든 흑백이든 뭘로 찍어도 일단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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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사람이 들어가기 시작하니 약간의 변화가 주어진다.
역시 사진은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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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드디어
첫 눈이 내렸다.
토요일 아침.
근데 사진에 눈이 안보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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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인데 쌓였다.
눈이 내리는 중간에 비가 내려서
아쉽게도 바닥에 눈은 뽀드득 거리게 쌓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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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의 감동으로 가까운 과천 대공원으로 향했다.
눈은 이미 그친 상태.
안타깝게도
대공원으로 가는 전철안에서 허리를 다쳐서
중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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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허무한 토요일 오후를 멍하니 있다가
지인과 함께 저녁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주말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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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지인과 제부로 나들이를 갔다 왔다.
역시 꽤 흐린 날씨였지만
이 날은 디카로 지인과 즐겁게 많은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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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에 갔다가 일몰 보러 전곡항에 갔다.
파스텔빛 석양이 마음을 아름답게 물들였달까.
전곡항은 전곡항만의 작은 낭만이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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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흑백필름을 쓰는 경우는 딱 두 경우 이다.
첫번째는 사람을 찍을 때와,
두번째는 온 세상 하얗게 눈이 내릴 때이다.
그 이외엔 거의 흑백필름을 쓰진 않는다.
그 이유는,
위 두 경우
디지털 흑백은 내가 원하는 밝고 따스한 흑백의 느낌을 보여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본 위 흑백사진들은 내 스타일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느낌과도 거리가 너무 멀다.
밝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흑백사진.
다시 한 번 눈 오는 날을 기다려 본다.
참고로 내가 원하는 눈 내리는 날의 흑백사진은 예전 사진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편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