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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필름사진, 무보정 사진에 대한 진실과 필름사진 개념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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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어떤 게 보정사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보정사진이다.
첫번째는 스캔받은 사진이고 두번째는 스캔받은 사진을 보정한 사진이다.
왼쪽 사진이 소위 '무보정 원본사진'이라 불리는 사진인데
정확히 말해서 두 사진 모두 보정 사진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이제 설명해보려한다.
더불어
과거엔 촬영 원본과 보정이라는 개념이 선명했기에
둘을 나누는 경향이 꽤 컸지만
지금은 원본이든, 무보정이든, 보정이든
그 경계의 의미가 무의미해져감을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고 의견이니 꼭 맞다 틀리다라기 보다는 사진에 대한 관점도 많이 바뀌었고
이런 시점도 있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어 주었으면 한다.


일단 필름 카메라부터 꺼내보자면,
필름 카메라에는 색감이란게 없다. 있어도 구분하기 힘들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결과물의 색감이나 느낌을 결정하는 건 필름 카메라가 아니라 필름이라는 것.
거기에 렌즈의 특성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게 한다는 것.
이것이 기존 필름사진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필름사진에 대한 접근방식과 사진의 소비방식도 많이 변한 시점에서
위 내용이 이젠 무조건 맞다고 말하기 힘들어졌다.
왜냐하면,
지금의 사진은 스마트폰과 SNS, 그리고 사진보정앱으로 변화됐기에
과거의 방식만으로 접근하기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지금 필름카메라의 최대 소비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이다.
그러니까 과거처럼 SLR 카메라라 불리던 전통적인 카메라 촬영 방식이 아니라
저가의 플라스틱 렌즈와 거의 고정된 노출시스템만 갖춘 일회용 필카에서 나온 필름 사진 스타일이
지금 빈티지라 불리우는 필름사진느낌을 대변하고 있다.
이러니 과거처럼 필름 종류에 따라 사진 느낌이 달라졌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일회용 필카 제조사와 종류별로 또 다른 느낌을 내주기 때문에
카메라가 색감을 내는데 전혀 관여 안한다는 기존 얘기는 틀려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젠 어떤 필름이라기 보다는
어떤 일회용 필카 색감이 내 맘에 들더라라는 말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일회용 필카와 더불어 다회용 필카도 신제품으로 계속 출시, 판매되고 있고
여기에 달린 렌즈 또한 저가형 렌즈기 때문에
역시 카메라마다 색감이 달리 나온다는 것이다.
영원한 진리는 없다.
시대에 따라 믿고 있던 사실은 변하기도 한다.
지금 필름사진이 그런 것 같다.
물론 필름 카메라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전문적인 필름카메라를 중고로 구해 쓰기도 하지만
코로나 시기 이후 밀레니엄Z세대로부터 시작된 빈티지 열풍은 전세계적이고
그 수요 또한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일회용 필카의 소비량은 더욱 필름사진 유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니 글 처음에 얘기한 고전적인 필름 사진에 대한 사실은 이제 변했다 말할 수 있겠다.
이제 필름사진의 색감과 느낌을 좌우하는 건
과거엔 필름종류가 그것을 결정했지만
지금은 어떤 카메라를 쓰냐에 따라서 달리 나온다는 말도 충분히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필름사진에서 무보정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건 좀 전문적인 내용인데
현상과 스캔 과정에서 사진은 화학적으로나 디지털적으로나 보정과정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 조차도 진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젠 스캔 받은 사진이 무보정 원본이라고 말할수도 있는 사진 시대가 된 것.
그 이유는
빈티지 열풍을 몰고있는 뉴밀레니엄Z 세대는
필름 현상이 어떻게 이뤄지고 필름 스캔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런 기술적인 부분까지 알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처음 접한 사진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일상 그 자체이다.
사진의 영역이 과거 예술의 영역에 들어갔다면
지금 새로운 세대들에겐 사진이 일상 그 자체인 것이다.
사진의 촬영 방식도 과거처럼 카메라라는 장비가 필요한게 아니고
스마트폰으로 찍는 게 사진인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섞여있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이런 급변화의 중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진을 즐기면 된다는게 내 결론이다.
무엇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게 변화하고 있는 그 중심에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에겐 기존의 방식이 맞는 것이고
신세대들에겐 지금의 방식이 맞는 것이다.
서로의 방식이 다르지만
어느쪽도 틀린 건 없다.
모두가 맞다.
그러니까
지금 필름사진의 정의는 따로 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보정사진이든 무보정 사진이든 원본이든
필름사진은
모든 세대가 원하고 느끼고 싶은 각자의 느낌대로, 각자가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즐기면 된다는 것이다.
이 변화가 불과 2~3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뉴밀레니엄Z 세대의 빈티지에 대한 대리 경험 욕구가 가장 큰 작용은 했다고 본다.
자신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부모세대들이 누렸던 이전 일상 방식에 대한 간접경험을 하고 싶다는 욕구에서부터 시작된
빈티지 열풍,
그 속에서 빈티지 필름사진이 있었고
현재 전세계적으로 일회용 필름카메라의 소비가 엄청난 것 같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24년 올 봄꽃시즌 후로 필름 스캔 서비스를 하는 인기있는 현상소들은
기존 대비 300%에서
많게는 700% 가까이 접수량이 늘었고
그 중 90% 이상이 일회용 필름카메라라고 한다.
이제 필름사진은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말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기존의 사진 개념이 완전히 바뀐 지금
우리는 세대별로 나뉜,
사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의 틀 안에서
서로의 접근 차이를 인정하고, 변화를 인정하며,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필름사진을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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