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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물사진의 가치

사진을 오래 찍어오고 있지만 인물사진을 즐겨 찍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다.

여기서 인물사진이란 흔히 말하는 컨셉 인물사진, 모델사진이다.

어쨌든 그 이유는

첫째는 인물사진도 나에겐 일상사진이기에 컨셉을 잡고 모델사진을 찍을 이유가 없고,

둘째로 내가 생각하는 인물컨셉사진에 마땅한 모델을 구하는건 정말 어려운 조건이다.

나에게 인물사진의 의미는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모두에게

시간이 한 참 흐른 후에 보아도 그때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사진이 가지는 시간의 가치이다.

인물사진은 현재라는 시간을 미래에 영원히 가둘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과거의 한 순간 속에 존재하며 머무르는 사람의 감정.

그 감정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진다.

그래서 나에게 인물사진 또한 일상의 사진이다.

나의 일상속에 끊임없이 오고가는 수 많은 시간과 공간, 그 안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추억을 내가 간직하게끔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찬란한 작업이다.

모델사진같은,

뭔가를 많이 준비하고 컨셉을 짜고 완벽한 조명과 맘에 드는 결과물을 얻기까지의 노력도 당연히 가치있는 일이다.

그런 류의 사진이 사진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일상사진을 찍는 나에게 있어서 좀 더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고 내 사진의 가치를 부여함에 있어 적합한 인물사진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고 평범한 모습을 담는 걸 좋아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담는 걸 좋아한다.

시간이 흘러 훗날 우연히 남긴 한장의 사진을 보고 누군가의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그것만큼 보람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필요에 의한 사진을 찍는게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간직하고픈 사진을 찍는게 내 인물사진의 스타일이다.

근데 그런게 있다.

그런 사진이 절대 쉽게 나오진 않는다.

시선과 감각, 그리고 경험과 사진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까지는 도달해야 담을 수 있다.

사진기 들고 무조건 찍는다고 추억의 사진이 나오진 않는다.

본인이 찍은 사진들 중 잊혀지거나 버려지는 사진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듯한 사진이지만 시간 속에 영원을 담는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모든게 좋아야한다. 그리고 촬영자는 그 모든 걸 아우를 수 있어야한다.

준비하고 컨셉을 짜고 조명을 맞추고 빛을 이용하고 한다고해서 되는게 아니라

그것 이상의 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난 그래서 그런 인물사진의 매력과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고

늘 그런 인물사진을 찍으려 항상 사진기를 손에 둔다.

당신의 사진이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우연의 사진인지

우연같은 일상의 시간을 영원의 가치로 남을 수 있는지는 스스로가 판단할 몫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