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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카사진 - 한 롤 이야기

[Kodak Proimage100][Olympus OM-1] 한 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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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시즌이 되면 여행을 떠나곤 한다.

봄이면 봄꽃여행으로 주말은 북적이는 느낌이다.

나는 심리적 부담때문에 그닥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까운 곳,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곳,

구경꾼들이 많이 모이지 않는 곳,

산책하듯 거닐 수 있는 곳,

그런 곳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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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학의천이라는 곳이 있다.

그 길 위에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하나 있는데

그 단지가 벚나무로 꾸며져 있어서

느낌이 참으로 좋은 곳이다.

봄이면 꼭 생각나는 곳.

전 날 지인과 함께 가긴 했지만

다음날 혼자 다시 찾았다.

한참을 머무르며 봄날의 여유로움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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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느즈막히 현충원에서 사진모임 출사가 있었다.

현충원 옆에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또 하나 있는데

여기도 벚나무로 정말 예쁘게 꾸며진 곳이다.

사실 전날 잠깐 들르긴 했지만 약속 시간때문에 부랴 부랴 찍고 와서 뭔가 아쉬워

다음날 다시 찾아간 곳이다.

근데 아쉽게도 오후 출사때문에 또 맘껏 사진을 찍지 못했다.

아쉬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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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가 지나 일요일 낮.

일요일날 비소식으로 정말 우울했었는데

오후에 사진 모임 출사가 학의천으로 잡혀서 시간 맞춰 나가긴 했다.

근데 나가자마자 비와 먹구름은 걷히고

파란 하늘과 쨍한 햇살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요일 온종일 비예보로 대충 산책하다가 치맥이나 할까 했는데

필카를 꺼내들게 되었다.

맑은 날엔 필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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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디지털 시대에 굳이 필름으로 찍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맘이다.

단순한 답변일수도 있지만 너무나 당연한 답변이라서 구구절절 설명까지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사진은 찍는 사람 마음이다.

뭘로 찍든 무엇을 찍든 어떤 사진을 올리든

그건 모두 촬영자, 즉 내맘이다.

그걸 존중할 줄 아는 여유로운 사진 생각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