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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카사진 - 한 롤 이야기

[Kodak Ektar100][Olympus OM-1] 한 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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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 엑타100 필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필름이 채도가 높은 필름임에도

불필요하게 채도가 높기만 한 필름이 아니어서다.

필요할 때 적절한 상황에서 채도가 빛을 발하는 필름이라서 엑타100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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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컷은 첫 컷을 날리는 상황이라 대충 찍긴 한건데

아침빛이고 진달래꽃잎에 빛이 투명하게 물드는 상황이었는데

아무래도 엑타100 필름이다보니 찐하게 표현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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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9시 무렵인데도 과천대공원 벚꽃길엔 이미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맑고 푸른 아침빛이 벚꽃잎을 빛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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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us OM-1을 들고 나갔다.

Nikon F100이 있지만 렌즈가 50mm 하나이다보니

아무래도 렌즈를 모두 갖춘 OM-1을 여전히 자주 들고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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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의 하늘표현느낌을 좋아하는데

반대로 후지필름의 색표현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코닥은 빛의 느낌 그대로, 본 느낌 그대로에 충실한 반면

후지는 상상색이라고 해서 머리속 이미지의 느낌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색표현을 한다.

후지는 미러리스에서도 이 상상색을 기반으로 필름 시뮬레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후지의 색표현이 나와는 잘 맞지 않고

코닥이 표현해주는 맑고 따뜻한 느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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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넘게 사진을 찍어오고 있지만

이런 상황은 여전히 노출 맞추기가 힘들다.

아래 사진은 노출 언더로 찍혀서

스캔 받을 때 노출을 끌어올리다보니 암부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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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대공원에 사람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뒷편에 멋지고 큰 벚꽃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나무를 참 좋아하고

언덕 위에 벚꽃 나무를 앞에 두고 먼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렇게 기분이 편안해질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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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을 찍는게 왜 어렵냐면은

아래서 올려다 찍으면 사진처럼 까맣게 나오기 때문이다.

분명 올려다볼땐 하얗게 반짝반짝 빛나는데

사진으로 찍으면 이렇다.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만큼 아름답게 나오지 않을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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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밝기 때문에

벚꽃을 올려다보고 찍으면

벚꽃의 그림자 부분을 찍게 되는 것이다.

노출을 올려주고 찍어야 하는데

너무 많이 올리면 하늘은 하얗게 날라가고

너무 안올리면 벚꽃이 까맣게 나온다.

이럴 때 디지털로 찍고 후보정하면 어색하지만 예쁘게 나오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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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보는것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맑은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봄날의 한 풍경이라서

이런 사진도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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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하게 핀 벚꽃에 반해서 망원으로 화면 가득 담았다.

사이 사이 스며든 빛의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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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봄이면 찾아오는 미세먼지와 황사가 없었다.

다행이다.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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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구름이 비가 오려는 새털구름으로 천천히 덮혀가고 있을 즈음,

하늘에 조그만 무지개가 떴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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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대공원은 집과도 가깝고 거리와 시간이 부담되는 여행의 느낌이 아닌

산책의 느낌이라서 자주 찾는 곳이다.

벚꽃길도 이쁘고 사람이 거니는 거리의 폭도 시원하게 넓어서 여유롭고 참 좋다.

사실 서울 사람들에겐 선뜻 오기 힘든 애매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어쩌면 나는 이 곳에서 10년도 훌쩍 넘게 내 마음의 사진을 자유롭게 찍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