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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카메라 추천] 후지 X-Pro1

 

2012년 일요일 아침,

그 당시 동네 롯데백화점에 후지 매장이 있었다.

애플 리셀러샵도 같이 있는 곳이어서 아이패드나 구경할까 해서 갔는데

후지 X-Pro1이란 카메라가 있었다.

당시 나는 십여 년 동안 올림푸스 카메라 마니아로서 후지 카메라는 X100 외에는 관심이 없던 시기였다.

오후에 동네 사진 모임 출사가 있었는데,

그냥 덜컥 사서 집에 왔고 급히 충전 후 출사에 들고 나갔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X-Pro1을 쓰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총 5번을 사고팔고를 반복했다. 

그 사이 다른 후지 카메라를 대부분 써오면서

늘 X-Pro1때 느꼈던 바디의 신뢰감을 얻지 못했기에

신제품을 사도 언제나 다시 X-Pro1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을 반복했던 것 같다.

 

나는 기기적 성능에 무감각한 스타일이다.

사진을 찍을 때 기기적 성능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소리이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기의 기본 기능만 정상적으로 작동해 준다면 사진을 찍는데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AF 속도, 연사 속도, 저장 속도 등 흔히들 말하는 기기적 성능엔 큰 관심이 없다.

사진기를 선택하는데 내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결과물이다.

사진은 결과물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가 촬영감이다.

사진기를 다루는데 매력포인트가 있는데 DSLR은 전형적인 방식들이어서 편하긴 하지만 매력은 없다.

X-Pro1은 DSLR보다 조작이 다소 불편해도 나름의 매력이 있고 그게 X-Pro1의 디자인 철학이며 더불어 찍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렇게 디자인과 찍는 재미 모두가 만족스러웠던 카메라가 현재까지 딱 두 대가 있는데

하나는 올림푸스 PEN-F이고 그리고 바로 후지 X-Pro1이다.

 

 

인터넷이나 카메라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단점들을 지적하는 모습들을 보면 하나같이 장비에 과몰입한 모습으로 느껴진다.

모두가 전문 기계공이라도 된 듯, 한 점 티끌도 허용치 않으려하고 기준점 또한 최고점에 놓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일반 취미 사진가들에게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그냥 기계적 성능 리뷰들 뿐이고

그들이 지적한 부분이 큰 문제라는 식으로 과도하게 떠벌리곤 한다.

사실 쓰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안되는게 아니라 조금 더딜 뿐인 것이다.

심지어 일상을 취미로 찍는 취미 사진가들에겐 거의 불편함이 없을 지적들 뿐이다.

구매자는 필요하고 땡기면 사서 쓰면 그만인 것이 카메라이고 렌즈들이다.

각설하고,

2012년부터 지금 2019년까지 5대의 X-Pro1을 쓰면서 촬영시 단 한 번도 불만족스러운 상황은 오지 않았다.

늘 찍는 재미와 결과물에 대한 만족 그 자체였고 설사 기기적 한계를 느꼈던 소소한 부분도 대부분 해결 가능했다.

 

 

그럼 지금부터 X-Pro1을 추천하는 이유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1. 풍부하고 매력적인 결과물

사실 이 것 하나로 올킬이다.

흔히들 후지 미러리스 1세대 바디라고 한다.

2세대, 3세대 바디들까지 모두 써 보았지만 색감이나 결과물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나로서도

1세대 바디인 X-Pro1의 결과물은 여전히 최고라고 생각한다.

라이트룸이나 포토샵으로 후보정을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찍은 그대로도 결과물이 아름다우니 더욱더 추천을 한다.

흑백사진도 매우 좋다.

물론 디지털 흑백사진은 올림푸스 PEN-F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X-Pro1이 내주는 흑백사진은 더불어 빼어날만큼 부드럽고 무게감이 있고 느낌이 매우 풍부하다.

PEN-F와 더불어 굉장한 매력을 지닌 흑백 결과물이다.

 

 

2. RF 바디 디자인의 아름다움

DSLR 시대 때와는 달리 미러리스 시대로 들어오면서 나는 카메라를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이 디자인이 되었다.

여기서 디자인이란 사용성에 부합하면서 멋진 모습까지 겸비한 바디 디자인이다.

역시 최고의 디자인은 올림푸스 PEN-F를 꼽지만,

그와 대등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바디가 바로 X-Pro1이다.

PEN-F와 X-Pro1은 서로 다른 면에서 나름의 멋진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바디이다.

PEN-F는 이미 글을 한 번 썼기 때문에 그 글을 참고하면 될 것이고

https://pazwonder.tistory.com/entry/%EB%AF%B8%EB%9F%AC%EB%A6%AC%EC%8A%A4-%EC%B9%B4%EB%A9%94%EB%9D%BC%EC%9D%98-%EA%B1%B8%EC%9E%91-%EC%98%AC%EB%A6%BC%ED%91%B8%EC%8A%A4-PENF?category=806622

 

미러리스 카메라의 걸작: 올림푸스 PEN-F

2016년 2월. 올림푸스는 PEN-F를 공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2년째 후지필름 X-Pro1을 쓰고 있을 때였고, 10년 넘게 이어온 나의 올림푸스 카메라 사랑에 잠시 외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후지 미러리스 카메라는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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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ro1이 가지는 디자인적인 면의 우수함은 다음과 같다.

1) 부드러운 선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믿음직한 면.

선과 면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사용성까지도 일치시키는 멋진 디자인이다.

PEN-F와 차별을 두는 이유는 크기와 무게 때문이다.

PEN-F는 휴대성까지 겸비했기 때문에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개인적으로 칭송하는 부분이고

X-Pro1은 작고 가벼운 바디는 아니다.

그러함에도 DSLR 바디보다는 작고 가볍다.

과거 이런 바디가 없었을 정도로 X-Pro1의 바디 디자인은 혁신에 가까웠다.

물론 X100도 있지만 단렌즈 일체형 하이엔드 바디이기에 그건 논외로 한다.

 

 

2)  X-Pro1에는 모드 다이얼이 없다. 

조리개 링과 셔터 다이얼로 모드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X100에서 도입하고 X-Pro1에서 이어받았다.

이 방식이 디자인적과 활용성 면에서 굉장히 유용하다. 

왜냐하면 모드 다이얼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의 장점은 직관적인 방법으로 현재 설정값을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LCD창을 통해 보아야 했던 모드와 셔터스피드, 조리개 값, 노출 보정 등을

바디에서 기계식으로 조절하는 방식이기에 카메라가 꺼져 있어도 설정값을 확인,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사용하면서 익숙해질수록 그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3) 필름 시뮬레이션

X-Pro1의 최대의 장점은 앞서 말한 대로 결과물에 있다.

특히나 필름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오는 사진은 정말이지 맑고 선명하고 부드럽다.

맑은 날 풍경엔 벨비아를 주로 선택해서 썼으며,

일상적으론 프로비아를,

역광 하에선 아스티아를 주로 썼다.

프로비아가 보여주는 부드럽고 따스한 빛의 느낌은 X-Pro1을 고집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역광에서 컬러를 잃지 않고 인물을 빛나 보이게 하는 아스티아 모드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푸르고 맑은 날 벨비아로 사진은 그 무엇보다도 선명하고 맑다.

그리고 프로네가, 프로스탠다드는 마치 컬러 네거티브 필름을 쓰는 듯하며

인상사진을 찍을 때 그 어떤 후보정한 사진보다 더 매력을 발산하는 모드이다.

미리 언급했듯이 흑백모드는 기존 DSLR에서 보여주던 흑백과는 그 깊이와 표현력에서 차이가 크며

X-Pro1 만이 가지는 부드럽지만 무게감 있는, 때론 화사하면서 날카로운 흑백사진을 얻을 수 있다.

 

 

 

 

4) 흔히들 X-Pro1에서 가장 독특한 장점으로 하이브리브 뷰파인더를 언급하지만

나에게 광학뷰파인더의 효율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광학 뷰파인더 옵션은 거의 쓰지 않았다.

아주 가끔씩 배터리가 거의 다 떨어졌는데 더 찍어야 하는 상황일 때 한 두 번 쓴 경험밖에 없다.

화각이 정확하지 않고 정확한 프레임으로 찍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과물에 있어서 효율성은 제로다. 

과거 RF사진기처럼 우연의 화각과 프레임을 원하는 사진가에겐 효율적일진 몰라도

정적인 사진을 주로 찍는 나에게 X-Pro1의 광학 뷰파인더는 없어도 되는 기능이었다.

 

 

***

 

X-Pro1은 어느새 올드 바디가 되었다.

X-Pro 2가 나와 있으며 X-Pro3가 발표된 시점에 다다랐다.

X-Pro 시리즈는 나날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가치만큼 가격도 나날히 높아져만 가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X-Pro1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충분하다'

덧붙이지만 오래됐고 최신 바디가 아니지만 결과물은 여전히 유일무이하게 매력적이다.

다른 후속 후지 바디에서조차 흉내 내지 못하는 결과물을 X-Pro1이 지니고 있다.

아직도 써본 사람들은 후지 1세대 X-Pro1의 결과물을 그리워한다.

나온 지 7년이 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높은 카메라이다.

그런데는 이유가 있다.

써본 사람만이 그 매력을 그리워하는 바디.

X-Pro1이다.

 

 

 

* 모든 이미지 출처 : 후지 공식 홈페이지

* X-Pro1으로 촬영한 사진은 본 홈페이지 상단에서 검색하면 볼 수 있음.

https://pazwonder.tistory.com/search/X-Pro1?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