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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카사진 - 한 롤 이야기

[필름사진][Kodak Portra160] 한 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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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차를 냈다.

사진을 찍고 싶어서가 아니라

회사에 질렸다랄고나 할까.

기상 예보상으로 흐리고 비였음에도

그러함에도 그냥 회사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인화사업이 산으로 가고

직원들도 어리둥절 포인트가 빗나가 버리는 요즘이다.

맨날 자기 관둘거같다, 관두고 싶다, 이소리 듣기 싫어서 휴가를 냈다.

원래 일 못하던 사람들이 불평불만이 많은 법.

위기를 기회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할텐데

더 이상 조언해주기도 싫다.

그래서 휴가를 내고 잠시 쉬고 싶었다.


어쨌든, 아주대 신경외과를 새벽같이 갔다 온 후

습관적으로 들고 나간 카메라로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마치 연습샷 같았다.

내 사진 초기 사진 스타일처럼 보인다.

즉, 10년 이상 전에 찍던 내 사진 스타일.

회사도 그렇고 몸과 마음도 뒤숭숭하고

어지간히 사진 찍을 맛이 안났던 날이었다.

그냥 멍때리며 사진 찍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내가 이 시기즈음 가장 좋아하는 들꽃, 쑥부쟁이.

빛과 함께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이 날은 그냥 흐린구름 아래 그냥 멍텅구리, 그런 빛이었다.

 

 

 

 

 


돌아오는 길, 경기도 상상캠퍼스에 갔는데 때마침 무슨 행사를 하고 있더라. 젠장.

평일이라 조용하길 원했는데 사람 많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사진 찍을 맛은 더욱 사라졌다.

몇 장 찍다가 행사 마이크 쩌렁쩌렁하는 소리에 바로 나와 버렸다.

 

 


결국 오후 1시도 되기 전에 돌아와 오후 내내 잤다.

수요일 날 찬바람을 쐰게 영향이 있었는지

몸이 으실으실하고 콧물도 나고 목도 아프고 기침도 살짝 나고.

열심히 감기약을 먹었다.

이 시기에 감기 걸리면 아무것도 못한다.

코로나가 무섭긴 무섭다.

 

 

 

 


다음날 토요일 날이 너무 좋아

전 날 검색하다 우연히 찾은 코모스모 꿀장소로 향했다.

평택의 늘 가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지인과 같이 갈까 했는데 일정이 안맞아서 혼자 갔다 왔다.

근데 오히려 그게 더 좋았지 않았나 싶다.

회사와 몸과 정신의 스트레스로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거라 생각해본다.


정말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랜만의 푸른 하늘때문이었을까?

따스히 부는 강바람과

드넓게 펼쳐진 대지 때문이었을까?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사진 풍경들이다.

지치지는 줄도 모를만큼 사진을 찍으며 기분이 좋았다.

필름 카메라여서 더욱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역시 필름카메라는 사진 찍는데  디카보다 더욱 큰 즐거움을 준다.

강이 주는 느낌이 좋다.

물이 흐르는 느낌이 좋다.

 

 

 

 

 


아쉽게도

막상 도착하니 코스모스는 순식간에 지고 거의 없었다.

불과 3일만에 코스모스가 다 졌다는게 믿기지 않았고 좀 속상했지만

그것보다 자연이 주는 풍경과 햇살이 너무 좋아 그 아쉬움은 쉽게 사라졌다.

 

 

 

 

 

 


물만 보면 좋다.

어릴적 트라우마로 물에 들어가는 걸 가장 겁내 하지만

안전하게 바라보는 강과 바다는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할만큼 좋아한다.

1년 내내 바다와 강과 호수를 찍어도 질리지 않을 나다.

 

 


드넓긴 정말 규모면에서 최고인 안성 팜랜드는 이제 지겨워서 더 이상 가지 않는다.

이미 몇 년에 걸쳐 봄, 가을 동안 수도 없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은 다 찍었다.

더 찍을 풍경이 없을정도로 이젠 끌리지 않는다.

더불어, 인스타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대신 잘도 찍어서 보여준다.

팜랜드는 앞으로 인물촬영이 아니면 굳이 갈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다.

 


이어서 코닥 엑타100으로 이어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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