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었다.
쉴 수밖에 없었다.
지칠 대로 지쳐서
점심이 될 때까지 도무지 뭘 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 요즘이다.
예전 같으면,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아침에 눈만 뜨면 씻고 부랴부랴 사진을 찍으러 나갔을 터인 것을.
요즘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그나마 조금 움직인다.
오후 4시에 나갔다.
귀찮은 듯 X100 하나만 들고 일몰이라도, 저녁 풍경이라도, 바람이라도 쐴 겸,
그래야 이 축 쳐진 몸과 마음이 조금은 살아날까 싶어
그렇게 밖을 나섰다.
사진은 언제나 좋다.
지쳐도 찍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몇 시간 전의 지침도 편안함으로 바뀐다.
이렇게 나의 사진 생활은,
아직은 이어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