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

내가 사는 삶에서 즐거움은 사라졌다

320x100

저는 완벽주의자입니다.
(긴 글 주의. 사실 쓸데없는 사적인 부정적인 말임)
.
.

저는 완벽주의 성격입니다.

그래서 찜찜한 상황 자체를 못 견뎌합니다.

이걸 인정한지는 사실 몇 개월 안됩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쉽게 다가오기 힘들다거나

이유모를 거리감을 느낀다거나

관계가 오래가지 못하는 상황이나

괜히 불편해지는 것들,

시간이 흐르면 남아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불행한 상황.

모두가

이런 제 성격 때문입니다.

~라고 몇 개월 전 아픈걸 못 견디고 종착지로 찾아간 신경외과 의사로부터 진료받으며 들은 내용였습니다.

모든 상황이 바로 인정이 되더군요.

의사는 덧붙여 제 증상을

완벽을 추구하는데 소심한 성격 탓에 늘 꾹꾹 참으며 품고만 있다가 몸에서 못 견디고 슬슬 터지기 시작한 거랍니다.

온몸에 신경이 과민하게 뻗어 있고 그걸 찾아서 진료하기란 불가능하기에 치료방법은 없답니다.

여기저기 안 아프던 곳이 계속 아프기 시작할 테고 잘 낫지도 안을 거라며

몸이 남들에게는 작은 충격이겠지만 본인에게는 큰 충격을 받고 신경이 아파오는 증상, 그런 병이랍니다.

그래서 비공식적으로 지은 병명이 쉬운 말로는 비정형 만성 신경통증. 불치병이지요.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비슷한 거랍니다.

 

 

소심한 완벽주의자.

1년 동안 많이 아프고 일상을 버리고 이 병원 저 병원 투어 하다가 전혀 안 나아서 종착지 같은 곳 같은 의사에게서 이 얘기를 들으며 앞으로의 제 삶의 존재에 깊은 고민에 빠져버렸습니다.

 

저는 평소 일이나 대인관계에서 뭔가 찜찜한 상황 자체를 못 견뎌합니다.

해결되기 전까진 찜찜한 일은 하루고 일주일이고 몇 달이고 아님 몇 년 동안 계속 이 상황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머릿속에서 잔디깎이처럼 끊임없이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제 일상은 늘 두통과 함께합니다.

이젠 그게 몸의 신경성 통증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거라고 합니다.

의사는 여기까지 찾아온 거 보면 그 성격이 최고조에 달해있다는 진단을 내려줬습니다.

그동안 일상생활도 힘들었을 테고 직장도 주변 환경도 모든 게 스트레스 아니었냐고 묻더군요.

그것도 모르고 미련하게 '참는 게 좋은 거'라 살아온 거 같다고 말해주더군요.

고치기는 힘들 거랍니다. 대신 일상생활은 해야 하니 통증을 잊는 습관을 가져야 한답니다.

아픈 거에 신경 쓰지 말라는데, 미치도록 아픈데 사실 그게 실제로는 절대 안 됩니다.

근데 그것마저 참고 살랍니다. 허허허.

일상생활이란 걸 해야 하니.

더 심한 사람도 많다고 하며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도 꽤 많다고 합니다.

이때 든 생각이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였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힘들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힘들어도 사진을 찍습니다.

그것마저 안 하면 죽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젠 그것마저도 잘 안됩니다.

그냥 사람을 덜 만나는 걸로,

동굴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싫어졌습니다.

왠지 코로나 상황과 닮았네요.

근데 참 이상하지요. 이럴 거면 뭔 즐거움으로 사는지...

이제 주변의 충고는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짜증만 더할 뿐입니다. 그냥 저 혼자인 게 그게 더 편합니다.

모르는 누군가가 내게 왜 보는 사람 불편하게 그러고 있냐고 물으면

진짜로 아파서, 힘들어서, 그래서 세상 귀찮아서 그렇다고 말해버립니다. 다른 할 말이 없네요.

제가 이 얘기를 왜 하냐고요?

죽을 때까지 좋아할 것만 같았던 사진 찍는 일이

이젠 거의 흥미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겐 정말 상실감이 인생의 몇 안 되는 큰 사건입니다.

요즘은 예전 사진이나 보면서 좋았던 때만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제 삶이 어떻게 될지 이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되는대로 지내버리자’가 요즘 삶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주변 모두가 스트레스입니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