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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필름사진] 외로운게 편한 것이다

혼자 사는데 익숙해진다는 건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일이다.
내가 먼저 연락 안하면 연락 올 일이 없다.
혼자라는 건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가끔씩 안부 연락이 오는 동갑 친구가 있다.
참 고맙다.
나머지는 잘 생각해보니 자기가 필요할 때만, 자기가 여유가 있을 때만 연락이 온다.
이 나이쯤 되니 사람 사는게 다 그런 거더라.
그래서 동갑 친구의 안부 연락이 참 고마웠다.
이쯤 되니 어쩌면 외로움이, 혼자라는 게 더 편한 건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결국 처음부터 사람에 질려 도망친 곳이 내 안 이니깐.

30대 중반부터 나를 알아달라 해본 적 없고 늘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나를 손해 보며 지내왔다.
근데 그렇게 지내 보고 나니 오히려 타인이 나한테 자기를 좀 알아달라는 눈치를 준다.
그리고 그런 나의 호의를 의무라 생각까지 한다.
세상 불편해졌다.

나는 다시 과거의 나로, 혼자에 익숙해지기로 했다.
과거는 내 방식대로 살던, 본디 성격이었을 때이고,
혼자라는 건 결국 각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타인의 기대는 이제 1도 바라지 않기로 했다.
되는대로 사는 것.
기대를 버리고 근심 걱정거리 같은 것 없이 혼자 막 지내는 것.
작년까지는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올해부터는 불편한 것이 편한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외로운 건 이제 편한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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