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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내 주변 모두가 날 아니라고 해도 (Nikon D700)

 

편견이라는 건 정말 무서운 것이다.

 

돈을 모아야 한다.

직장을 유지해야 한다.

돈 잘 버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연애를 해야 한다.

결혼을 해야 한다.

집을 사야 한다.

아파트를 구해야 한다.

차를 사야 한다.

2세를 낳아야 한다.

전세는 안된다.

월세도 안된다.

신혼집은 30평은 넘어야 한다.

서울이어야 한다.

수도권이어야 한다.

.

.

.

당신이 쫓는 건 삶인가 돈인가?

어른들도 자식들도 아이들도 모두

돈이 삶의 모든 선택의 첫 번째가 되는 사회.

나는 이걸 편견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0.02%의 가진 자들은 나머지들에게 말한다.

돈 찔끔 뿌려줄 테니 그거 가지고 아웅다웅 살라고.

돈은 말한다. 

개돼지들이여 나를 칭송하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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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돈을 좇아도 나는 개돼지일 뿐.

그래서 나는 다른 걸 쫓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렇게 지내고 있다.

이 삶은 절대 길지 않을 거란 걸 안다.

불안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난 지난 20년보다 지난 3년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지난 20년보다

지난 3년 동안에 훨씬 더 많이.

나는 지난 20년을 편견에 사로잡혀 사회가 이끄는 대로 살아온 걸 지도 모른다.

사회 통념상 그리해야 한다는 것을 멈추니

어느새 3년이 흘렀고,

세상은 달라 보이기 시작했으며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며

오늘과 내일을 살아간다.

길지 않을 거란 걸 안다.

하지만 길면 뭐 하겠는가?

지난 과거가 그 답을 말해주고 있다.

무엇 때문에 나는

돈을 좇고 집을 쫓고 돈이 있는 만큼 결혼생활이 보장되고 배우자도 보장되며

찔끔찔끔 주어지는 여가마저 그나마 보장되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건지 이젠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

다시 말해,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과거와는 전혀 달랐다.

없던 것이 생긴 게 아니라 잊고 있었던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겠지.

그렇기에 길진 않을 거란 얘길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 말한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삶이 길어져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제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를 말하고자 한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죽는다.

언제 죽느냐는 통장 잔고에 따라 다르다.

병이 걸려도 치료비 유무에 따라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

삶은 돈이다.

사람들은 보험을 든다.

돈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삶은 누구나 바라는 삶의 목표이다.

안정적인 삶에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

돈이 조금 있으면 안정적인 삶이란 없다.

당장 돈이 없으면 매달 받는 월급이라도 많은 직장이 있어야 한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돈이 떨어지면 결국 찾아오는 건 죽음이다.

10년 돈을 모아도 11년째 돈이 없다면 삶은 거기까지일 뿐이다.

돈.

돈.

돈.

인정을 해야 한다.

나는 돈 앞에 개돼지라는 걸.

돈을 숭배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 살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 살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오래 사는 걸 관두었다.

고통스럽겠지.

하지만 무의미하게 돈 버는 일이 삶의 90%인 인생을 오래 살지 않기로 했다.

지난 20년간 그래왔지만 남는 건 소비뿐이고 결국 줄어드는 건 통장잔고와 생명줄이다.

끊임없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인데,

나는 하나둘씩 버려 보았다.

처음엔 집.

그다음엔 차.

그 다음엔 결혼.

그 다음엔 연애.

그 다음엔 사람까지.

남는 건 당연히 나 자신이었다.

혼자인 내가 되었다.

그제야 지금의 내가 정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위에서 버린 것들이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었을까?

난 왜 그것들을 위해 아등바등 돈의 노예로 살아왔던 걸까?

난 그것들을 다시 찾을 생각이 없다.

이제 와서 나를 되찾기 시작했는데 나를 다시 버릴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지금에서야 어릴 적 꿈꾸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내 삶을 사는 것.

이제 그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데

다시 망칠 생각이 없다.

다시 돈을 숭배하며 돈 앞에 개돼지로 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돈을 버렸으니 내 삶은 그리 길지 않을 거란 걸 안다.

하지만 난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였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다시 느끼고 있다.

다시 어릴 적 그 모습으로 돌아간 모습이 너무 좋다.

짧아도 좋다.

이 순간을 내 남은 모든 시간에 바칠 것이다.

 

'내 주변 모두가 날 아니라고 해도'

나는 얼마가 남았든 이 삶을 살 테다.

 

삶은 때때로 베짱이처럼 살아도 된다. 마음의 결정만 되어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