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얘기다.
영화가 전부였던 시절을 지나,
음악이 전부였던 시절도 지나,
어느 순간 사진이 전부인 시기를 살며
나는 지나온 것들을 잊는다는 게 참 슬픈 일이란 걸 알았다.
나는 언제나 희망했다.
다시 영화가 전부이고, 음악이 전부여서,
영화일을 하고,
음악일을 하고,
나는 늘 희망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사진은
아무것도 아닌 사진이 되어가고 있다.
사진이 전부였을 땐 내 꿈이었던 영화도, 음악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었지만
시대도 변하고 내 나이도 들어가고 내 모습도 내 위치도 바뀌면서
지금 찍는 일상의 사진들이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없는 나 혼자만의 사진이 되어가고 있음에
더 이상 사진은 내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감을 느낀다.
난,
작곡을 해볼까 한다.
영화 평론 기자를 해볼까 한다.
근데,
영화도, 작곡도, 사진도,
현실의 삶 앞에선
아무것도 아닌 또 무언가가 되어 버린다.
나름 꿈을 찾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강했다.
새해 꿈은 그래서 없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오직 나만의 사진을 찍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