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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사진

필름사진의 행복

 

 

2024년에도 여전히 필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인 것 같다.

10년 전 즈음에도,

5년 전 즈음에도,

현재도,

'필름사진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필름생산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고,

필름현상도, 필름사진 인화도 변함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필름이 비싸다고 한다.

디지털 사진기가 있는데 고장 잘 나는 중고 필름카메라로 왜 찍냐고 한다.

바로 볼 수 없어 답답하고, 현상하고 스캔해서 파일로 받는 데만도 시간이 걸리는데 불편하게 필름으로 사진을 왜 찍냐고도 한다.

난 늘 생각했다.

디지털이 무조건 좋은 걸까?

난 2002년에 처음으로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그때 사진기는 디카와 필카 두 개였다.

그런데 내 최초의 사진은 그 당시 완전 신문물이었던 디카사진이 아니라 필름사진이었다.

가을 햇볕이 참 좋았던 일요일 어느 날, 대학교 교정을 거니며 여자친구와 함께 찍은 컬러필름 한 롤과 흑백필름 한 롤이었다.

그 당시엔 15분 완성, 20분 완성 같은 사진관 서비스가 보편적이었다.

그런데 내 사진엔 흑백필름이 껴 있어서 다음날 인화된 사진을 받을 수 있었는데,

컬러사진도 좋았지만 인화된 흑백사진을 받아보는 순간, 그 당시 느꼈던 충격과 감동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참 좋았다.

그 이후로 필름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과거에 쓰던 수 많았던 종류의 필름들은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지만

지금도 필름이 나오는 게 어디인가?

난 그렇게 생각한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도 수억 장의 사진이 SNS에 올라온다고 한다.

그러함에도 필름은 여전히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다.

남들이 뭐라 해도 상관없다.

난 필름사진의 좋았던 첫 기억을 간직하며 여전히 필름사진을 찍을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여전히 필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추억은 추억으로 재생산되는 듯하다.

나의 첫 필름사진의 기억도 추억이었고, 그 좋았던 추억으로 인해 또 다른 추억들이 필름사진으로 남겨지고 있으니 말이다.

난 계속해서 필름사진을 찍을 것이다.

그리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