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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2024년 취미사진의 몰락

 

 
요즘 누가 크고 무거운 DSLR 들고 다니면서 사진 찍나?
안 찍는다.
요즘 DSLR 카메라 들고 다니면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한다.
2024년 카메라 시장은 미러리스 시대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2010년대 후반부터 카메라 시장이 죽어가면서
카메라 업체들은 파산하는 곳도 생겨났고 
보급기가 사라지고 중급기, 플래그쉽과 고가형 하이엔드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2022년 전후로 캐논과 니콘은 DSLR 생산을 멈추고 미러리스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사서 쓸 사람만 사서 쓰는 카메라 시장으로 바뀐 것인데,
여기서 재미난 현상은
후지 X100V가 틱톡 인플루언서의 사용기를 계기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끌면서
그 후속기인 X100VI까지 대히트를 치며,
비슷한 기종인 리코 GR100 III까지 더불어 히트를 치고 있다.
현재는 생산물량이 딸려서 없어서 못 파는 시장 상황인데,
이게 참 웃기지 않은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거의 대부분 모든 사진 소비가 폰카인 시대에
역설적으로 고가의 하이엔드 디카가 동반 히트 중이다.
이래서 소비시장은 함부로 예측해서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카메라 업체들은 수년 안에 카메라 시장이 망할 거라며 스스로 판매구조를 고급화만 남기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새로운 소비가 일어난 것이다.
올드 세대에 대한 MZ 세대들의 간접 경험 욕구.
엄청난 변수였다.
부모 세대가 경험하고 사라져 간 문화를 MZ 세대들이 간접 경험하고 싶다고 소비 시장이 커질지 누가 알았겠는가?
카메라 업체들이 중급기, 고급기, 하이엔드기 위주로 방향을 틀었지만
정작 MZ 세대들은 다시 똑딱이 디카에 대한 수요가 붐을 일고 있다.
200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이뤘던 디카 시대의 유물이었고,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에 들어 소비가 거의 사라져 신제품 생산 자체가 중단된 보급형 디카.
과거의 디카들이 현재 10만 원~15만 원 사이에 중고시장에서 상당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코로나 19 팬데믹.
'일상'이 무너지면서 과거 세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
빈티지 열풍은 2024년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 스마트폰 시대에 위와 같은 사진들은 더 이상 소비되지 않는다.
폰카 스타일의 사진들.
폰카마저도 최신 제품이 아닌
과거 스마트폰 사진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IPhone Xs 가 대표적이다.
한국 의류 쇼핑몰에서 IPhone Xs로 찍은 사진으로 제품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고화소, 최신기능, 선명도 등등 아무런 의미도 없고,
오히려 저화소의 자글자글하며 너무 선명하지 않고 적당히 괜찮지만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사진.
이런 사진이 요즘 최신 트렌드라고 보면 된다.
배경 확 날아가고 엄청 비싼 렌즈에 모공까지 선명하게 나왔던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들은
웨딩이나 전문 광고사진 같은 전통적인 사진 방식을 요하는 곳 외에는 거의 찾지 않고 있다.
카메라 업체들이 그나마 생명력을 유지하는 게 소비자들이 미러리스 카메라를 필요로 해서 구매하는 결과가 아닌,
이제는 카메라라고는 휴대용 디카도 없고, 보급형 입문자형 미러리스도 없는,
고가의 중급기, 고급기 비싼 카메라와 너무 고사양만 생산하고 있는 신제품 렌즈들만
그나마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반 취미 사진가들이 아닌 전통적인 고성능 카메라를 필요로 하는 상업 사진 업체에서의 소비가 다일 것이다.
그런데,
후지필름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X100V부터 이어진 X100VI의 전 세계적인 수요.
SNS가 전부인 세상이다.
과거엔 연예인이었지만 지금은 인플루언서가 한 번 쓰거나 조금만 칭찬하면 순식간에 전세계적인 히트를 친다.
그게 후지 X100V였고, 
후지는 놓칠세라 X100VI로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X100VI가 정말로 잘 만든 카메라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게 아니라
SNS에서 인플루언서가 칭송해 주니까 다른 대안도 없고 유일한 제품이기에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
비단 카메라만 그럴까?
세상 모든 제품이 인플루언서만 거치면 대히트를 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대는 SNS가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이다.
 
 
 

 
그러함에도 카메라 시장은 여전히 죽어가고 있고,
사진 취미 방식도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처럼 동호회 같은 사진 모임을 만들어서 함께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없다.
사진취미로 모이는 곳은 더 이상 없다.
있더라도 그 세대는 2030 세대일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매주 어떻게든 사진만 찍고 즐기는 그런 풍경이 아니라
당연히 SNS를 빛낼 자신만의 포트폴리오용 사진을 얻는 게 목적인 모임들이 대부분이다.
취미사진은 이제 과거의 용어가 된 것이다.
정보교환 이외에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일 곳은 없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대이다.
SNS는 모두 개인계정이다.
네이버, 다음의 카페 방식처럼 여럿이 모여서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는 게 아니다.
각자 자기 계정에 사진을 올리는 SNS 시대에 사진취미?
그런 단어는 이제 없다.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사진취미를 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보여 줄 공간이 필요하다.
과거엔 사진카페에서 활동했었고,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 스토리 초기까지는 그 맥을 이어 여전히 사진 공유가 많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 광고가 들어오고 상업계정이 들어오고 쇼핑탭이 생기고 이제는 태그검색조차 막히면서
더 이상 일반 개인 계정들이 사진을 공유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인기계정만 존재 가능한 곳이 인스타그램이 되었고,
이제는 메타에서 공식 발표했듯이
인스타그램은 더 이상 사진이 아닌 릴스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
짧은 동영상을 보는 수단으로 인스타그램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그럼 대한민국에 사진 커뮤니티가 존재하는가?
당연히 없다.
장비 사이트였던 SLR 클럽은 아주 오랜 전부터 멸망했고,
꽤 규모가 컸던 사진 카페들도 모두 사라졌다.
405060대 일부만이 활동하며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는 몇 개 빼고는 없다.
그러니까,
사진취미를 함께 하려면 사진을 올릴 공간이 필요한데,
인스타그램도 릴스로 바뀌었고,
사진커뮤니티도, 사진카페도,
어디에도 사진을 올리고 나눌 공간이 없다.
혼자 즐기는 수밖에 없다.
 

 
 
 
 
요즘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
나처럼
나 홀로 사진가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자주 보인다.
이는 세대와 무관했다.
혼자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20대 여성들이 상당히 많았고,
405060대 취미사진가들도 혼자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많이 찍는다.
그러니까,
카메라로 사진을 전통적으로 즐기고 싶은 취미사진가들은 딱히 모일곳도 없고 모일 필요도 사라졌고 오히려 혼자인 게 편해진 시대인 것이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개인계정에 올리면 된다.
인친들하고만 사진을 나누면 그만이다.
더 이상 어느 모임이나 커뮤니티에서 소속감을 가지고 함께 하려는 취미 문화는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될 듯하다.
결론적으로,
내가 2003년 대 디카시대를 시작으로 2010년대 중반까지 즐기던 문화였던, '취미사진'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4년 현재,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 자리를 나는 '일상'이 대체했다고 판단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잃어버린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전 세계인들은 깨달았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을 겪어야 했던가?
그 사이에서 스마트폰은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변화 속에서 더욱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 수밖에 없었고,
빠른 속도로 발전한 스마트폰 카메라와 SNS는 일상이 되었다.
이제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80넘기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줄 안다.
사진은 더 이상 취미사진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편리하게 찍을 수 있는 일상 그 자체인 것이다.
취미사진의 개념은 사라지고 사진은 곧 일상이 되었다.
모두가 사진이다.
길 가다 꽃만 봐도 미취학 아동도, 80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폰카로 사진을 찍는 시대이다.
카메라를 다루기 위해 전문지식도 알 필요 없고 고급렌즈를 사서 쓸 필요도 없다.
폰카면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취미에서 일상으로
완전히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