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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필름사진, 필카사진, 무보정 사진에 대한 진실.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어떤 게 보정사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보정사진이다.

첫번째는 찍은 원본이고 두번째는 자가보정사진이다.

예시는 DSLR로 찍은 사진이지만,

필름스캔한 사진도

왼쪽이 필름스캔본이고 오른쪽이 자가보정사진이라고해도

결론은 똑같다.

왼쪽 오른쪽 모두 '보정된' 사진이란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이제 설명해보려한다.

 

***

 

뜬금없이 보정, 무보정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답답했다.

인스타를 보면서

필름 스캔한 사진을 무보정 사진이라고 자부심을 느끼며 당당히 태그나 멘트를 넣어가며 올리는 상황이

얼마나 무관심으로부터 나오는 알지못함의 산물인지,

당장이라도 댓글로 써서 알려주고 싶다가도

그냥 그런대로 즐기는거지~라고하면 할말은 없다.

또 내 앞에서 이 필름카메라 색감이 좋네 저 필름카메라 색감이 좋네라는 어이없는 멘트에 저격당하면서

뭐라 말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몇 자 적어본다.

개인적인 생각이고 의견이니 꼭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이런 시점도 있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어 주었으면 한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필름 사진을 어떤 방식으로 즐기던지간에 가장 기초인 부분이다.

필름 카메라에는 색감이란게 없다. 있어도 구분하기 힘들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결과물의 색감이나 느낌을 결정하는 99%는 필름이다.

1%가 렌즈의 특성이다.

그 1%가 구분될만큼 전문적으로 필름을 사용하진 않으니 신경은 끄자.

즉, 필름이 색감을 결정한다.

가끔 이런 멘트를 듣는다.

후지 카메라 색감이 맘에 들고 라이카 카메라 색감은 내 취향이 아니더라.

이건 일부 맞고 일부 틀릴수도 있다.

왜냐하면 플라스틱 저가 렌즈가 들어가 있는 일회용필카나 저가형 필카의 경우 색감이나 느낌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가형 일회용 필카를 제외하고는 

어떤 카메라를 쓰던지간에 색감차이는 어떤 필름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두번째,

당신이 필름으로 찍고 스캔사진을 받았다면!

무보정 사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스타를 보면 필름스캔 나왔는데 사진 올려요~ 하면서 #무보정 태그를 달거나 무보정으로 올려요~라는 멘트를 쓰며,

무보정 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꽤 많다. 

필름 사진을 스캔해서 받았다면 무보정 사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스캔 받은 원본? 그거 스캔 기사가 보정해준거다. 보기 좋게 노멀로.

필름 사진에서 원본이란 현상된 필름 자체이다. (엄밀히 말하면 현상단계에서도 약물 온도나 시간, 농도나 단계에 따라 현상 결과물이 달라진다)

스캔을 뜬다는 것은 이 필름을 가지고  jpg 파일로 변환하고 압축해서 우리가 휴대폰이나 컴퓨터, 웹상에서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스캔 과정 상에 JPG 파일은 스캐너와 스캔을 하는 기사의 주관적 자동 보정이 들어간다.

스캔 과정에서 보정없이 노멀로 스캔받았다고해도 스캐너의 종류에 따라 보정이 다른 방식으로 들어간다.

즉, 이미 스캔을 뜨는 과정상에서 후보정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게 왜 후보정이냐면,

스캔한 결과물을 받아본 그 필름을 가지고 다른 스캔 업체에 가서 스캔을 받아보면 답이 나온다.

그게 무보정 원본이라면 다른 스캔 업체에서 스캔 받은 파일도 똑 같이 나와야겠다.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스캔이 받아질 것이다.

왜?

스캔 받은 사람과 스캐너가 다르니까.

즉, 누가 어떤 스캐너로 스캔을 받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본 보정(노출, 색감)이 반드시 들어간다.

스캔을 받은 사진이 원본이 아니다.

스캔을 업체에 맡겼다면 그거 남이 이미 보정해 준거다. 

그러니깐 스캔 받은게 원본이라고 착각하고 인스타에 '무보정으로 올려요~'라고 쓰면 

참으로 난감한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데 몰라서 그럴수도 있지~ 그냥 즐기면 되지~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글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그런 의견은 배제한다고 볼 때,

모르면 알려고 하고 잘못된게 있으면 고쳐야 된다.

지식이란게 그렇다. 알면 알수록 더 나아간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자! 여기서 또 한가지 첨언하자면,

DSLR로 찍을 땐 망으로 나오던 사진이

필카로 찍으니깐 잘나와! 와우!

이건 필카로 찍으면 실력이 갑자기 확 늘어서,

혹은 필카에 무슨 장치가 있어서 딱딱 잘나오는게 아니다.

당신이 현장에서 리뷰도 안되는 필름사진을

망으로 찍든 잘 찍든

스캔기사는 보기좋게(잘찍은 것처럼) 보정해서 스캔작업을 해 준 것이다.

돈 받고 해주는 거니깐! 그래야 클레임이 안들어 오니깐. 그래야 앞으로도 계속 맡기러 올테니까.

모든 필름을 찍은 그대로 스캔해서 내보내면 그 업체 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찍은 필름은 버리지 말자!

필름 사진에선 필름이 원본이다.

원본을 버리면 그 사진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스캔받은 파일은 버려도 필름은 애지중지, 필름 파인더 북 1~2만원짜리 사서 잘 보관해 두자.

사실 3000~5000원 주고 스캔 받은 이미지 사이즈가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기껏해야 1~3메가픽셀 전후이다. 100만~300만 화소 언저리란 얘기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올릴 정도의 크기인 것이다.

요즘 폰카며 DSLR이며 10메가(천만화수) 넘은지 옛날이다.

필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스캔을 받을 수 있다.

당신이 심혈을 기울여 찍은 그 필름 사진들!

나중에라도 더 크고 선명하게 재스캔 받을 일이 꼭 있을수도 있고 추억을 소중히 보관한다는 생각으로

현상된 필름을 버리는 습관은 버리자.

 

이상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만나는 필름유저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를 아주 짧게 요약해 봤다.

즐기는 것에서도 최소한의 관련 지식은 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위해서.

그게 필름 사진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고 생각하며,

필름사진의 매력을 더 알아갈수록 매력이 넘치는 100년 역사의 전통을 자랑하는 사진의 완성분야이다.

디지털사진은 이제 20년 조금 넘게 발전하고 있다.

그 둘의 차이의 위아래를 나누는게 아니라 

그 둘 사이 각각의 매력을,

디지털이 시대의 흐름이 됐지만 여전히 필름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즐거운 필름 사진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