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OM-1
코닥 골드 200
남산으로 향했다.
며칠 전부터 갈까 말까 하다가
오늘에서야 갔다.
남산으로 향하는 버스는 5분마다 오는데
버스마다 꽉 차서
3대를 보내고 나서야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서울 풍경.
남산에 오르면 언제나 1호 사진이다.




버스에서 내려 남산타워로 향하는 오르막길 풍경.
난 이 길의 느낌이 참 좋더라.
언제 봐도 그 때 나름의 느낌을 내고 있는 멋진 길이 아닌가 싶다.

이 길도 남산타워로 향하는 아랫길이다.
이 길 아래로 짧은 구간의 남산 산책로가 이어진다.
그 길을 걸어 내려가는게 늘 좋았다.

남산 산책로 입장~!

햇살이 좋아서
내려가는 길 내내
햇살 그림자가 드리워져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걸어내려가는 길이 즐겁다.


이 길의 단점은 남산 순환 버스가 다닌다는 것 아니다.
단점은 따로 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전속력으로 타고 내려오는데
사망사고가 그리 많이 난단다.
내려 가는 내내 끊임없이 전속력으로 사이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자전거인들이
그렇게 싫어지지 않을 수 없다.
속도 표시기를 구간마다 계속 설치해 놓아도 무용지물.
자전거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속 40km 이상으로 슉슉 끊임없이 내려간다.
저러다 부딪히기라도 하면 바로 죽겠구나 싶었다.
자전거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나고 있고
산책로를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위협이 돼서
자전거 통행을 금지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서울시는 뭐하고 있는 건가 의아할 정도다.
오히려 서울순환버스가 시속 20km 이하로 운전하며 다니는 대도
오직 자전거인들만이 신났는지 미친 속도로 끊임없이 내려온다.
여간 신경 쓰이고 불편한 게 아니었다.


햇살 그림자가 드리운 아름다운 길은 산책로 끝까지 계속 이어진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순식간에 교통체증으로 시끄러운 도로가 나온다.
산책로에 있다가 나오니
차량 소음이 어찌나 시끄러운지
노이즈캔슬 이어폰을 껴야 했다.



오랜만에 아웃포커싱으로 촬영해 봤는데 역시 핀이 나갔다.
안경까지 쓴 내게 필름 카메라 수동초점은 성공확률이 거의 없다.



도로를 따라 쭈욱 내려오다 보면 서울역이나 회현역으로 이어진다.
나는 필름을 맡기러 가기 위해 회현역 쪽을 택했다.


지난 늦겨울에도 남산에서 걸어 내려온 길인데
그때 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동그라미 식당' 풍경이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차량 지나가는 틈에 찍기 위해 조금 멈춰서 두 컷이나 찍었다.
사진 속 차량은 주차된 차량이다.
매우 붐비는 도로로 끊임없이 차들이 지나다닌다.
서울은 서울이다.


도로 아래로 보이는 벤치 풍경이 재미있었다.
구구구구 비둘기들을 바라보는 여유가 편안해 보였다.

필름 스캔 맡기는 곳에 도착은 했는데
필름이 아직 몇 컷 남아서
그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찍었다.






햇살이 쨍하니
코닥 골드도 쨍하게 잘 나온 한 롤인 것 같다.
사실 코닥 골드 200 필름은 보급형 필름이고
색감이 빈티지한 누런색이 끼는 게 특징인데
맑은 환경에선 그런 부분이 다소 감소되면서
필름 특유의 느낌이 살아난다.
후보정으로 색감을 맑게 할 순 있겠지만
굳이 그럴 거면 필름을 골라 쓰는 맛이 없지 않은가.
코닥 골드 200은 노란끼로 쓰는 필름이다.
노란끼가 싫다면 후지 필름을 쓰면 될 테다.
참고로 나는 원래 후지 필름 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그리고 본디 코닥 필름이 좋았다.
사실 필름 사진에 빠지게 된 필름은 아그파 비스타 100이었지만
오래전 아그파가 파산하면서
코닥으로 넘어왔고
특히 코닥 포트라 400 필름을 최고로 좋아한다.
하지만,
포트라 400의 가격은 골드 200의 두 배라서
작년까지 포트라 400만 쓰다가
올해부터 골드 200을 주력으로 쓰고 있다.
가끔 누가 물었다.
코닥 컬러 플러스 200은 더 싼데 안 쓰냐고.
물론 코닥 컬러 플러스 200을 썼었다.
한 롤에 2100원이었을 때부터 썼으니까 싼 맛에 많이 쓰긴 했다.
하지만 내가 유독 싫어하는 느낌이 나서 현재 컬러 플러스 200은 쓰지 않고 있다.
외국 필름 리뷰어의 말로는
코닥 골드 200과 컬러플러스 200은 거의 같다고 말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코닥 골드 200은 현대적인 세련된 따뜻한 빈티지 느낌이라면
코닥 컬러 플러스 200은 1960~70년대의 투박한 빈티지 느낌이 나서 싫었다.
코닥 컬러 플러스 200에는 코닥 특유의 노란 색감에 핑크와 보랏빛까지 섞여 나와서 나와는 맞지 않았다.
어쨌든,
필름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골라 쓰는 것이기에 뭐가 더 좋다 더 나쁘다 말하진 않는다.
또 그런 의미에서 필름 사진은 그만의 매력이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