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 이야기

최신 디지털카메라의 가치

디지털카메라에서 정말 쓸데없는 것 중 하나가 최신 디지털카메라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최근 후지필름 X100VI나 X100V에 라이카만큼의 소장 가치 있는 카메라라고 우쭐대는 사람들이 많아졌던데,

X100VI가 공식 판매가보다 가격이 비싸게 올라가도 물량이 없어 살 수 없는 이유는 결코 잘 만든 카메라라서가 아니다.

후지필름은 라이카 같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고의로 생산량을 줄여 판매가를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고 공식 인터뷰에서 발표했다.

당연히 GR3 시리즈도 마찬가지이다.

후지필름이나 펜탁스리코는 해당 카메라에 대해 생산능력을 높일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공장을 늘렸다가 수요가 다시 줄면 기업 입장에선 엄청난 손해일 테니까.

기업의 카메라 라인업 중 단일 제품이 히트를 친 상황이고

이 흐름이 상품의 가치 평가가 아니라 현상이기에 적극 투자할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하지만 라이카는 일부러 생산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지하 100M에서 숙련공의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보니 비쌀 수밖에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는 높아진다.

심지어 후지필름 X100VI는 Made in Japan도 아닌 Made in China이다.

지금 X100VI와 GR3의 품귀현상은 말 그대로 현상이지 유행이 아니다.

카메라의 가치는 훗날 평가받는 것이다.

그리고 X100V가 잘 만들 카메라라서 인기가 높아진 게 아니라

틱톡의 한 인플루언서가 좋다고 빨아줘서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그 누구도 200만원짜리 카메라를 300만원 넘게 주고 사길 바라지도 않고

그 카메라가 웃돈을 주고 살 만큼 엄청난 카메라는 더욱 아니다.

결국 X100VI는 후지필름 기업 입장에선 히트작이지만

전체 카메라 시장에선 찻잔 속 태풍 수준인 것이고,

지금 X100VI의 기현상은 엄청난 제품이 나와서가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가 만들어낸 부정적인 기현상인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에서 정말 쓸데없는 것 중 하나가 최신 디지털카메라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사진 장비는 자기가 표현하고픈 사진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도구로서의 장비이다.

최신이든 예전 카메라든

비싸든 저렴하든

그건 기준이 되지 않는다.

70년 전에 나온 필름 카메라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