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나는
필름으로는 인물 사진 외에는 찍지 않았다.
그만큼 소중한 한 컷의 개념이 인물사진였다.
지금은 인물사진을 왠만해선 찍지 않으려 한다. 필카든 디카든.
이유는 단 하나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이다.
내가 살아가는 일상의 한 부분 속에서
주변인들을 혹은 모델들을 찍는다면
그 사진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
지금은 모든것이 즐겁고 모든것이 괜찮고 별 걱정도 없이 찍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은 지나가고
시간도 과거로 사라진 후
그 사진들을 되돌아 봤을 때 다가오는 허무함과 쓸모없는 감정들이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가족, 나의 소중한 사람이 아닌 이상
스쳐 지나갈 사람들을 사진으로 열심히 찍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지금의 욕구충족이 시간이 한 참 흐른 후에도 의미가 있는지
되새겨 볼 이유가 있다고 본다.
나는 인물사진을 거의 찍지 않는다.
지금도 내년에도 그 후에도 같이 사진을 찍고 시간을 함께 할 사람들과는
추억의 개념으로 인물사진을 찍는다.
그 것 외에는 그 날 그 날의 즐거움 외에는 어떤 의미도 없음을 지금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시간이 흐른 뒤 의미 없어질 인물사진은 더 이상 찍지 않는다.
요즘 간간히 찍는 인물사진을 굳이 나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그건 나와 인간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의 일상사진이고
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추억으로 새겨질 인물사진이다.
나는 지금
그런 인물사진을 찍고 있다.